"사형선고를 받고 형 집행을 기다리고 있는 느낌입니다."
지난 15일 구미 하이테크밸리 국가5공단 인근의 한 사무실. '기획 부도' 의혹을 받고 있는 A사의 협력업체 관계자들이 모였다. 공장의 기계는 멈춰 섰고, 사무실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피해를 입은 협력업체들이 결성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에 따르면 A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가더라도 피해액은 400억원대로 추정되고, 줄줄이 도산 위험에 처해 있다고 했다. 2천~3천명의 일자리도 위협을 받고 있다.
장비 턴키 제작납품을 맡은 협력업체들의 피해규모는 더욱 크다. 수개월에서 1년 가까이 수십억원의 자금과 인력을 투입해 장비를 제작, 납품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4곳의 업체 피해액은 각각 25억~35억원에 달한다. 장비 턴키 제작납품 업체 B사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회생절차로 20명이 넘던 직원이 대부분 일을 하지 못하고 있고, 최소한의 정리 인원만 남아있는 상태"라고 했다.
문제는 협력업체 대부분의 현금 유동성이 극히 취약하다는 점이다. 대금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인건비만 겨우 지급하거나, 또 다른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어음으로 돌려 막기를 이어가는 곳도 적지 않다.
B업체 대표는 "30년 넘게 업을 해왔는데 이 한 건으로 전부 다 털렸다"라며 "2월에 돌아오는 어음이 정리되지 않으면 솔직히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A사 측의 태도도 협력업체를 분노케 하고 있다. A사 대표이사는 지난 15일 법원 관계자들이 공장을 방문해 현장검증을 하는 자리에 회생 신청(12월 9일) 이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면서 협력업체 대표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회생신청 전 간담회도 없었고, 회생신청 이후로도 연락이 두절됐던 대표이사가 법원의 현장검증에야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도 협력업체들에 대한 사과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C업체 대표는 "A사 대표이사 등은 수개월 전에 벤츠 최고급 브랜드 차량을 뽑아서 타고 다니지만 재산 목록에는 10년이 넘은 국산 승용차량만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법원에서도 이를 이상하게 생각을 해서 급여 명세서, 법인카드 사용 내역 등에 대해서 상세하게 소명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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