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대구 달서구 옛 두류정수장 터. '출입금지' 표지판이 걸려 있었지만 마음만 먹으면 넘을 수 있는 낮은 담장 너머로 정수장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였다. 잡초만 무성한 내부는 한낮에도 스산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정수장 터 건너편에 산다는 조모(64) 씨는 "학생들이 담배 피우고 술 마시기 딱 좋다. 경비원이 지키고 있긴 하지만 워낙 넓은 데다 생각보다 쉽게 들어갈 수 있어서 지난 8년간 점점 우범지대로 전락한 것 같다"고 했다.
대구시가 두류정수장 이전터 활용 방안을 차일피일 미루며 8년째 방치하고 있어 주민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두류정수장은 2009년 정수 기능이 달성군 문산정수장으로 옮겨간 뒤 약 15만8천㎡ 부지가 그대로 방치돼 있다. 이 가운데 가압장, 수질연구소 등 수도 관련 시설이 있는 2만2천여㎡를 뺀 13만5천여㎡를 활용할 수 있다.
이곳은 대구 도심 요지에서 보기 드문 대규모 터인 데다 도시철도 2호선이 지나는 등 접근성도 뛰어나 폐쇄 직후부터 각종 활용 방안이 흘러나왔다. 대구기상대 이전이나 이우환미술관, 간송미술관 등 주요 시설을 추진할 때마다 유력 후보지로 꼽혔다. 정치인이나 주민들 사이에서는 시청 이전 후보지, 대구법조타운 이전 등의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오랫동안 방치된 데 따른 민원이 이어지자 대구시는 지난해 2월까지 대구경북연구원에 이전터 활용 방안 연구 용역을 맡기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또 전체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이 마련되기 전이라도 5억원의 예산을 들여 일부 공간을 공원으로 개방하기로 해 주민들의 기대가 높아졌다. 그러나 지난해 계획했던 두류정수장 이전터 관련 사업은 모두 중단됐다. 대구시가 문화체육관광부에 '국립 한국문학관' 유치를 신청하면서 후보지를 두류정수장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립 한국문학관 유치에 24개 지방자치단체가 뛰어들면서 유치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점이다. 문화부 산하 문학진흥태스크포스팀은 지난해 12월, 문학관 건립 후보지로 서울지역 3곳을 압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지역 한 정치인은 "애초부터 국립 한국문학관 유치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전국 지자체가 몰려 과열됐을 때 포기하는 게 맞았다"며 "일부에서는 서울 내정설이 예전부터 떠돌아 두류정수장 활용 연구용역 등을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고 전했다.
대구시는 일단 국립 한국문학관 유치 결과를 기다려보자는 입장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연구 용역이나 일부 공간 개방 등은 현재도 중단 상태"라며 "올해 상반기에 문학관 유치 결과가 나오면 사업 방향이 결정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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