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다음으로 위대한 영국 작가'라는 평을 받는 찰스 디킨스는 다양한 인물 설정과 함께 새로운 표현을 만들어내는데 뛰어났다. 소설 '올리버 트위스트'에 잭 도킨스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디킨스는 그를 '아트풀 다저'(The Artful Dodger)라는 별명으로 불렀다. 풀어보면 '교묘하게 피해 다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미 프로야구 LA다저스도 도킨스의 별명과 맥이 닿아 있다. 다저스 구단의 뿌리는 1883년 뉴욕에서 창단한 브루클린 애틀랜틱스다. 1911년 브루클린 트롤리 다저스 등으로 불리다가 1958년 LA로 옮기면서 지금의 명칭이 굳어졌다. 트롤리 다저스에서 알 수 있듯 브루클린은 철도망이 복잡한 지역이다. 당시 마차와 노면 전차 등으로 도로 또한 복잡했다. 이를 요리조리 피해 다니는 사람들을 '다저스'로 불렀고 브루클린 주민을 일컫는 대명사처럼 됐다.
반면 도킨스는 범법 행위를 일삼는 교활한 인물이다. 작가가 간교한 사기꾼인 도킨스를 '아트풀 다저'로 부른 이유다. 영국 정치가 벤저민 디즈레일리는 이 세상에는 세 종류의 거짓말이 있다고 했다. '그럴듯한 거짓말과 새빨간 거짓말, 통계'다. 그럴듯한 거짓말은 의심이 들어도 그냥 넘어가는 거짓말이고, 통계는 교묘히 왜곡하고 비틀어 보통의 사람이 잘 모르고 속아 넘어가는 거짓말이다. 하지만 새빨간 거짓말(Damned Lies)은 누가 봐도 단박에 드러나는 뻔뻔한 거짓말이다. 이는 '다저'의 속성이자 전유물이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관련 청문회와 특검 조사, 헌재 심리를 지켜본 국민 눈에 '다저스'가 넘쳐난다. 공자는 '사람이 궁하면 거짓말을 하게 된다'고 했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 변명과 발뺌이 어지러울 정도다. 불거진 의혹마다 증거가 뚜렷한데도 거짓말부터 해댄다.
지난주 열린 국정 농단 첫 재판 풍경은 압권이다. 최순실이 혐의를 부인하고 변호인이 "박 대통령의 공모 혐의가 최 씨의 범행을 위해 억지로 끼워 맞춘 것 아니냐"고 주장하자 검찰은 "박 대통령이 공범이라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고 맞받아쳤다.
도산 안창호는 '농담으로라도 거짓말하지 말라'고 했다. 거짓말이 모든 나쁜 일의 시작임을 경계한 것이다. 국정 농단 연루자들이 속담대로 '북어 뜯고 손가락 빠는' 거짓말을 계속한다면 구제 방도가 없다. '거짓말하는 사람이 받는 가장 큰 벌은 진실을 말해도 믿어주지 않는 것'이라는 탈무드 가르침이 새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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