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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고령화, 그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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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는 인류의 오랜 소망이었다. 고령화로 우리는 그 염원을 이루었다.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으려고 서복을 제주도로 보낸 것도, 현대인들이 건강에 관한 각종 정보를 찾아 헤매는 것도 오래 살고 싶은 우리의 소망을 대변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고령화는 노후 파산과 고독사, 인구절벽, 심지어 우리 경제의 위기, 인류가 맞을 잿빛 미래의 근원으로 매도당하고 있다. 노(老)령화는 신체 기능이 저하되는 것이지만, 고(高)령화는 평균수명이 높아지는 것이다. 고령화에 대한 오해를 털고, 다른 각도에서 보아야 할 이유이다.

고령화는 과학기술과 의학 발전의 결정체이다. 앞으로 75세는 지금의 50세와 같은 건강을 가질지도 모른다. 의료계의 예측에 의하면 10년 내에 인공고관절과 인공무릎관절, 인공방광은 3D프린터로 쉽게 출력될 것이고, 20년 안에는 더 다양한 인체의 기관들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한다. 피부재생 기술은 더 빠르게 발전하여 외모로는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청년실업이 증가하고, 일할 수 있는 사람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은퇴한 고령층의 일자리를 논의하는 것은 충분히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누리는 평균 연령 80세가 앞으로 90~100세로 늘어나는 때에도 고령화를 비판만 하기는 어렵다. 고령화, 장수 사회는 우리가 염원해 왔던 일이고, 앞으로도 그렇게 진행될 것이다.

고령화는 우리 사회에 많은 혁신을 요구할 것이다. 다가올 사회의 운영 원리를 엄청나게 바꿀지도 모른다. 20세기의 고령화는 배우고 일하고 은퇴 후 쉬는 방식이었다. 앞으로의 고령 사회는 은퇴 후 쉬는 방식이 아니라, '잠시 쉬었다가 재교육받고, 다시 일하는' 방식으로 바뀔 것이라고 한다. 일하고 쉬는 방식의 변화는 미래 사회를 혁명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배리 랜드(A. Barry Rand) 미국은퇴자협회장은 고령화가 '가능성의 시기'(Age of Possibilities)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20세기 초에 청소년기, 1960년대 초에는 은퇴기라는 새로운 세대가 만들어졌다. 고령화가 더욱 진전되면 우리가 맞게 될 장수 사회는 '가능성의 신세대'라는 이름을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

당장 700만 명이 넘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이들은 소비는 물론 사회봉사와 생산 활동에도 왕성하게 참여하고 있다. 일하는 방식, 재교육, 라이프 스타일도 변하고 있다. 인류가 유사 이래 처음 맞은 고령화의 축복을 길게 향유하려면 바뀐 환경에 맞춰 우리 삶을 재구성해야 한다. 고령화에 대응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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