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일선 지구대에서 공개한 여성 주취자 매뉴얼이 온라인 상에서 화제가 되었다. 남자 경찰이 여성 주취자를 깨우는 과정이 과잉대응 오해를 불러 일자 문제의 소지를 없앨 매뉴얼이 개발된 것이다. 이 매뉴얼은 여성 주취자를 깨울 때 팔꿈치나 무릎만 흔들거나 어깨를 부축하는 대신 들것에 여성을 실어 옮기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네티즌 사이에서는 격한 찬반 논쟁이 붙었다. 여성단체는 불필요한 접촉을 줄여 여성 인권을 신장시켰다는 평가를 한 반면, 일반 시민에게 피해를 주는 주취자를 굳이 남녀로 구분해 가뜩이나 부족한 인력을 추가로 투입해야 하느냐는 비판도 일었다. 여성 주취자 매뉴얼에 의하면 여성 경찰이 동행하거나 들 것을 위한 추가 인력이 투입되어야 한다.
연말이 다가오면 평소보다 행사나 모임도 많아진다. 주취자가 늘어나고 그만큼 일선 경찰들의 고민도 깊어진다. 매뉴얼 대로라면 여성 주취자는 잠을 깨울 때부터 옮기고 보호하는데 더 많은 인력과 시간이 필요로 한다.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여성 주취자 대응 일지
#대구 남구의 A지구대. 낮부터 여성 주취자가 난동을 부린다는 신고를 들어왔다. 주취자가 여성일 때에는 보통 남녀 경찰 2인 1조가 함께 출동한다. 남성 주취자는 번쩍 들어 올리면 되는데 여자는 절차가 번거로운 편이다.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있다면 몸을 덮을 담요도 있어야 하고 성추행 논란을 피하기 위해 추가 인력을 필요로 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여자는 건물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 너부러져 있었다. 허리 품까지 올라간 치마 아래로 속옷이 훤히 비친다. 먼저 근무복으로 여성 주취자의 다리를 덮었다. 남자 경찰이 잘못 손댔다가는 성추행범으로 몰릴 수 있어 여경이 먼저 부축을 시도했다. 아무리 체력이 좋은 여경이라도 혼자 성인 여성을 옮기기란 쉽지 않다. 몸에 힘이 빠진 사람은 무게가 배로 나가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다른 여경을 불러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한 지구대에서 누굴 찾아야 할까. 결국 여자 경찰이 주취자 겨드랑이에 팔을 끼워 들어 올리고 남자 경찰이 발목을 잡아 옮기기로 했다. 아래에서 여자 발목을 들고 올라오는 남자 경찰은 시선을 둘 곳이 없다. 그 와중에 여성 주취자는 여경의 머리채를 잡아 흔들어 댔다.
#김 주임은 여성 주취자 신고가 들어오면 동료에게 대응을 부탁하거나 마음을 단단히 먹고 현장으로 향한다. 지시에 따라 열심히 일 한 대가를 너무 크게 치렀기 때문이다.
김 주임은 몇 년 전 여성 시민단체 연좌시위 때 성추행범으로 몰린 적이 있다. 시위대는 좁은 도로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는데 일반 시민들은 경찰에게 도로를 점거한 그들을 방치한다고 욕을 했다. 때마침 상부에서 불법 시위를 해산시키라는 명령이 내려왔다.
시위대의 결속력도 만만치 않았다. 아무리 여성이라도 옆 사람과 팔짱을 끼고 있으면 힘이 센 사람도 대열을 풀어헤치기가 힘이 든다. 여자 경찰이 몇 명이 달라붙어도 시위대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남자 경찰이 투입되었다. 김 주임이 시위대를 풀어헤치려 겨드랑이에 손을 넣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언론과 인터넷은 그를 성추햄범이라고 몰아붙였다. 본인은 물론 가족도 큰 상처를 받았지만, 그 일을 시킨 상급자나 주변 사람들은 쉬쉬했다. 김 주임은 그 때부터 공무집행 중에 여성의 몸에 절대 손을 대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대구 시내 B경찰서는 새벽 내내 한바탕 난리가 났다. 술에 취해 옆 테이블 손님에게 술병을 던지고 난동을 부리던 여성이 경찰서로 연행되었다. 현장에서는 지구대 여경이 여자를 제압해 경찰서까지는 데려왔지만 이곳에는 남자만 있던 것이 화근이었다. 범법자든 주취자든 경찰서에 들어오면 조사도 받아야 하지만 동시에 보호 조취도 이뤄져야 한다. 경찰은 항상 시민을 보호하는 일과 범법자를 감시하는 일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혹여나 여성 주취자에게 돌발 상황이 생기진 않을지 지켜보는 중에 여자는 난감한 일을 만들고 있었다.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그녀는 갑자기 옷을 하나씩 벗기 시작한 것이다. 당직 경찰들과 그녀의 전쟁이 시작됐다. 경찰들은 옷을 훌렁 벗어던지는 여자를 감싸기 위해 숙직실 모포며 제복이며 천으로 된 건 다 던지기 시작했다. 예전 같으면 옷을 다 벗기도 전에 미리 제압했을텐데 요즘엔 쳐다보는 것도 성추행이라고 하니 손 쓸 방법이 없었다.
가끔씩 저 상태에서 용변을 보는 주취자도 있다. 정신을 잃은 주취자는 특히나 무슨 짓을 할지 몰라 계속 동태를 주시해야 한다. 벌거벗은 여자는 끝까지 옷을 안 입겠다고 버티고 당직 경찰들은 여경이 출근할 때까지 가릴 옷을 던지는 촌극을 밤새 반복해야 했다.
댓글 많은 뉴스
與 진성준 "집값 안 잡히면 '최후수단' 세금카드 검토"
[단독] 예성강 방사능, 후쿠시마 '핵폐수' 초과하는 수치 검출... 허용기준치 이내 "문제 없다"
안철수 野 혁신위원장 "제가 메스 들겠다, 국힘 사망 직전 코마 상태"
[르포] 안동 도촌리 '李대통령 생가터'…"밭에 팻말뿐, 품격은 아직"
李 대통령 "검찰개혁 반대 여론 별로 없어…자업자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