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설렘과 신비의 대륙 남미를 가다]<13>바위산이 어우러진 '천혜의 미항', 리우 데 자네이루

영원한 리우의 상징, 코르코바도(Corcovado) 언덕의 예수상
예쁜 엽서같은 코파카바나(Copacabana) 해변
불끈 솟아난 바위산 팡 데 아수카르(Pão de Açucar)

아침 일찍 포스 도 이구아수 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2시간 만에 중남미 여행의 목적지로 이름난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Rio de Janeiro·이하 리우) 공항에 도착했다.

비 내리는 리우를 보자 문득 1995년의 이곳이 겹친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설렘과 신비의 대륙 남미 여행의 대단원은 23년 전 다녀갔었던 리우다.

항구도시 리우는 세계 3대 미항으로 손꼽힌다. 포르투갈 정복자가 이곳을 처음 발견했을 때 강으로 착각해 '1월의 강'이라는 뜻으로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리우에서 첫날은 예수상이 있는 언덕, 코바카바나 해변, 팡데아수카르로 잡았다. 이튿날은 리우 시내를 중심으로 걸어보기로 했다.

1995년의 필자
1995년의 필자
2018년의 필자. 아날로그와 디지털로 구분되는 23년의 시간. 같은 자리에 서서 찍은 사진이다.
2018년의 필자. 아날로그와 디지털로 구분되는 23년의 시간. 같은 자리에 서서 찍은 사진이다.

◆ 영원한 리우의 상징, 코르코바도(Corcovado) 언덕의 예수상

코르코바도 언덕만 해도 해발 704m의 절벽이다. 그 꼭대기에 예수상이 있다. 높이 38m, 양팔 길이 28m, 무게만 1천145t이다. 1931년 브라질 독립 100년을 기념해 세워졌다. 예수가 양팔을 벌리고 대서양의 관문, 리우 시내를 굽어보는 형상이다. 브라질 대표 상징물이자 리우의 아이콘 역할을 하고 있다.

예수상이 있는 곳으로 올라간다. 코르코바도역에서 언덕 정상까지 톱니바퀴로 오르는 2량짜리 빨간색 열차에 오른다. 열차가 밀림을 뚫고 7.8km 레일을 따라 17분 정도 이동한다. 숲 사이로 밀림 속 열대 과일 잭프루트가 주렁주렁 달렸다.

톱니바퀴 열차는 밀림을 뚫고 레일을 따라 급경사를 오른다.
톱니바퀴 열차는 밀림을 뚫고 레일을 따라 급경사를 오른다.

정상에 오르면 하늘과 구름 속의 리우가 눈앞에 펼쳐진다. 예술이다. 기암과 해변 도시가 어우러진 매력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예수상은 두 팔을 벌리고 여행자들을 맞는다. 23년 전이나 지금이나 가까이에서 본 예수상은 생각보다 훨씬 거대하고 정교하다. 십자가에 못 박힌 자국이 선명한 두 손으로 리우 시내를 감싸 안고 있는 듯하다.

콰나리만을 끼고 있는 리우 데 자네이루 항구와 멀리 팡 데 아수카르 바위산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콰나리만을 끼고 있는 리우 데 자네이루 항구와 멀리 팡 데 아수카르 바위산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예수상의 발 아래 뒤쪽으로 작은 성당이 있다. 바깥의 왁자지껄함이 완전히 차단된 다른 세상 같은 곳이다. 잠시 눈을 감고 이번 여행의 무사함과 행복한 길에 대한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다시 밖으로 나와 거대한 예수상을 올려다봤다. "리우에 다시 온 너를 환영한다"며 두 팔을 벌린 것처럼 보였다.

◆예쁜 엽서같은 코파카바나(Copacabana) 해변

긴 백사장이 완만한 곡선을 이루는 흐린 날의 코파카바나 해변은 여행자의 배낭여행 정산에 어울려 주었다.
긴 백사장이 완만한 곡선을 이루는 흐린 날의 코파카바나 해변은 여행자의 배낭여행 정산에 어울려 주었다.

다시 여행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코파카바나 해변으로 옛 추억을 찾아 갔다. 5km나 되는 긴 백사장이 완만한 곡선을 이루고, 뒤쪽으로는 고급 호텔을 비롯한 빌딩들이 병풍처럼 진을 치고, 그 앞에는 왕복 6차로 도로가 시원하게 뚫려 있다. 코파카바나 해변에 들어서서 자유롭고, 젊고, 건강미 넘치는 모습에 또 한 번 반한다.

코파카바나 해변 모래밭 옆으로 길게 뻗은 해안도로와 모자이크 무늬로 타일을 깔아 만든 산책로의 자유롭고, 젊고, 건강미 넘치는 모습이 매력적이다.
코파카바나 해변 모래밭 옆으로 길게 뻗은 해안도로와 모자이크 무늬로 타일을 깔아 만든 산책로의 자유롭고, 젊고, 건강미 넘치는 모습이 매력적이다.

예나 지금이나 넓은 해변 한쪽에 축구장을 만들어 연습하고 있는 아이들은 축구의 나라 브라질의 오늘을 짐작하게 한다. 한쪽에서는 음악을 틀어놓고 남들의 시선은 아랑곳 하지 않은 채 춤을 추기도 하고, 격정적인 키스를 나누는 젊은 커플도 자주 눈에 띈다.

모래밭 옆으로 길게 뻗은 해안도로와 모자이크 무늬로 타일을 깔아 만든 산책로, 해변의 고층빌딩 등도 옛 모습 그대로다. 리우의 매력을 3S(Sand-모래, Sea-바다, Sun-태양)라고 하지만 이 날은 바람과 파도와 구름이 여행자를 시샘하고 있었다.

모래밭 축구장에서 현지인들과 함께 축구를 즐기는 필자 모습.
모래밭 축구장에서 현지인들과 함께 축구를 즐기는 필자 모습.

그래도 그 나름의 멋이 있다. 흐린 해변은 조금 조용해서 좋고, 넘실거리는 파도는 정신을 바짝들게 했다가 꿈꾸는 듯한 아름다움으로 넋을 빼간다. 코파카바나 해변의 하얀 모래밭을 걸으니 아련한 추억과 막연한 동경이 동시에 다시 피어난다. 남미 배낭여행을 정산하기에 충분했다.

◆불끈 솟아난 바위산 팡 데 아수카르(Pão de Açucar)

팡 데 아수카르는 우람한 바위산이 불뚝 솟아있는 모습이다. 남성의 성기를 닮아 인디오들은 '몽둥이산'이라 불렀다고 한다. 그런 이름이 지금은 제빵용 설탕 덩어리처럼 생겼다 하여 슈가로프(Sugarloaf Mountain)로도 불린다.

팡 데 아수카르에 오르려면 케이블카를 2번 갈아 타고 안개와 구름속을 날아 오른다. 팡 데 아수카르에서는 마치 바다 위 하늘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는 기분이다. 코파카바나 해변뿐 아니라 멀리 예수상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팡 데 아수카르에 오르려면 케이블카를 2번 갈아 타고 안개와 구름속을 날아 오른다. 팡 데 아수카르에서는 마치 바다 위 하늘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는 기분이다. 코파카바나 해변뿐 아니라 멀리 예수상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396m 높이의 팡데아수카르에 오르려면 케이블카를 2번 타야 한다. 007시리즈 '문레이커'에서 명장면으로 꼽히는 일명, '조스'신에서 악당 조스(리처드 키엘)가 쇠이빨로 엘리베이터 쇠줄을 뜯던 케이블카가 바로 여기다.

케이블카를 타고 1천400m나 되는 거리를 건너간다. 기암 정상에 서니 멀리 코파카바나 해변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곳에서 내려다본 리우 항의 해안선은 정말 아름답다. 긴 해안선을 따라 파도들이 포말을 남기며 해변에 넘실대고 있었다.

◆리우 시내 중심가

리우의 중심가에는 리우브랑코 대로가 길게 쭉 뻗어 있다. 바닥에 돌을 깔아 기하학적인 무늬를 만들어 고풍스러우면서도 멋진 분위기를 풍긴다. 브라질의 수도였던 도시로 역사와 문화적 자부심으로 가득한 세월의 유산들이 계속 나온다.

시립극장과 그 주변건물,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건축물로 알려진 대성당 메트로폴리타나, 리우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인 시립극장, 방대한 그림을 소장한 리오국립미술관까지.

리우시민들의 성지, 마라카낭 경기장도 빼놓을 수 없다. 브라질 하면 축구다. 세 살 때부터 축구 과외를 한다고 하니 과연 축구의 나라 브라질답다. 마라카낭 경기장은 20만 명을 수용하도록 1956년 건축되었으나 지금은 일부 보수 중이다. 현재는 10만 명을 수용한다고 한다.

시내를 다니다 지치면 원두를 갈아 뽑은 진하면서도 깔끔한 맛의 커피와 더운 날씨와 잘 어울리는 시원한 맥주, 그리고 인디오들의 음료인 '과라나 주스'는 시내 여행 중 발품을 덜어준다. 브라질의 독특한 맛을 즐기기에 충분한 음료들이다.

밤의 리우는 매력적이다. 거리의 크고 작은 바에서는 경쾌한 삼바와 보사노바 음악이 연주된다. 흥에 겨운 사람들은 마룻바닥을 비비며 삼바 리듬에 맞춰 온몸을 진동시킨다. 삼바쇼 역시 또 하나의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격정적으로 엉덩이와 몸을 따로 흔들어 대는 그들의 대열에 어깨를 마주하고 몸을 흔들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과 2016년 리우올림픽 당시 가장 많이 들었던 소리가 소매치기와 강도였던 것 같은데 필자가 23년 만에 다시 찾은 리우는 활기차고 아름다운 도시였다. 모두 여행자 하기 나름 아니겠는가. 드디어 남미여행이 끝나감을 실감하고 어쩌다 마주친 여행자들과도 헤어짐의 인사를 나눈다. 이제 뜨거운 가슴에 여행을 새기고, 지구를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귀환한다.

안용모 자유여행가 · 전 대구시 도시철도건설본부장 ymahn11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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