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속버스안에서 벌어진 성추행 사건… 배심원과 재판부 서로 다른 판단

달리는 고속버스서 성추행 30대 남성 집행유예

동일한 성추행 사건을 두고 국민참여재판 배심원과 재판부의 판단이 엇갈렸다. 배심원들은 단순 실수였다는 가해자의 주장을 받아들여서 다수결에 따라 무죄를 평결했지만, 재판부는 당시 상황에 기초해 유죄라고 판단했다.

대구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정재수)는 고속버스에서 앞 좌석에 앉은 10대 여학생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30)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또 사회봉사 160시간,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 40시간, 신상정보공개,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 2년도 명령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2월 21일 자정쯤 대구에서 인천으로 가는 고속버스에서 앞 좌석에 있던 피해자(18)의 가슴을 만진 혐의로 기소됐다. A씨의 손길에 잠에서 깬 피해자는 다른 남자 승객에게 도움을 구하고 즉시 112에 신고했다.

그러나 A씨는 "좌석을 뒤로 심하게 젖힌 채 잠을 자고 있던 피해자를 흔들어 깨우려다가 실수로 손이 닿았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A씨는 "손을 뻗는 순간 고속버스가 움직이는 바람에 갑자기 몸이 앞으로 쏠렸다"고도 주장했다.

국민참여재판에서 재판부와 배심원의 판단은 엇갈렸다. 배심원들은 단순 실수였다는 A씨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로 판단했다. 배심원들 사이에서도 유죄와 무죄 의견이 3대 4로 팽팽히 맞섰다. 배심원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다수결에 따라 유·무죄 의견이 결정된다. 이에 반해 A씨의 진술이 수차례 번복되는 등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재판부는 유죄로 봤다. 창문에 달린 커튼을 치려고 손을 뻗었다고 주장하던 A씨가 뒤늦게 좌석 문제를 거론했기 때문이다.

참여재판은 배심원의 평결결과를 재판부가 반드시 따를 의무는 없다. 다만 배심원 평결과 다른 판결을 선고할 경우는 그 이유를 반드시 설명해야 한다.

재판부는 "잠에서 깬 피해자가 뒤를 돌아보자 잠을 자는 척하는 등 피고인이 고의로 가슴을 만진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과거에도 옆 좌석에 앉은 여성을 강제 추행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A씨가 피해자의 가슴을 '수 차례' 만졌다는 검찰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고 피해 정도가 비교적 경미한 점 등도 감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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