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의 창]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채형복 경북대 로스쿨 교수
채형복 경북대 로스쿨 교수

전쟁 위험 없는 한반도는 헛꿈일까

모범 사례 유럽연합서 찾을 수 있어

새해 평화 염원 꽃 한송이 품어보자

남북 모든 경계 무너지길 기원하며

당신은 어떤 모습의 국가를 원하는가? 이 질문을 받으면 우리는 어떤 대답을 할까?

만일 누가 이 질문을 하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국가를 원하오. 혹자는 너무 이상적이고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고 말할지 모른다. 전쟁을 원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으며, 누군들 평화로운 국가를 원하지 않겠는가고. 그들은 이렇게 반박할 것이다. 나라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전쟁을 해야 할 때가 있다. 전쟁을 하더라도 국익을 지켜야 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냉정한 현실이 아니겠는가.

해방 이후 강대국의 이해에 따라 남북이 분단되었고, 급기야 우리는 같은 민족끼리 서로 죽고 죽이는 참혹한 전쟁까지 겪었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오랜 세월 동안 남북은 극한의 군사적 대립을 하면서 일촉즉발의 전쟁 위험 속에서 살아왔다.

다행히 최근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있어 한반도에도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봄바람이 불고 있다. 비로소 우리는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대화와 협력을 통한 평화통일을 꿈꿀 수 있게 되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다시금 질문을 던져보아야 한다. 전쟁 위험 없이 살 수는 없을까? 서로가 서로를 적으로 삼지 않고 사랑과 평화의 정신으로 포용하고 연대하며 살 수는 없을까? 하지만 보수와 진보의 정치 이념에 따라 한반도 미래를 바라보는 입장은 서로 달라 그 간극이 너무 크다.

또한 미국'중국'러시아'일본 4대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충돌하고 있는 형국이니 남북이 넘어야 할 산은 높고도 험하다. 한반도에서 전쟁 위험 없는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그저 허황된 꿈이나 이상에 불과한 것인가. 우리는 그 모범 사례를 유럽연합(EU)에서 찾을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상처가 채 아물지도 않은 1952년 프랑스와 독일 양국은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를 설립하기로 정치적 합의를 한다.

이에 따라 1953년에는 ECSC가, 1958년에는 유럽경제공동체(EEC)와 유럽원자력공동체(Euratom)가 공식 출범하였다. 유럽공동체가 출범한 날부터 오늘날까지 60년 이상 EU 회원국 사이에는 한 번도 전쟁이나 내전이 일어나지 않았다. 전쟁이 끊이지 않던 유럽대륙의 역사에서 이 사실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최근 브렉시트로 영국의 이탈 논란이 있지만 EU는 28개국으로 구성된 세계 최대의 지역공동체이다.

국제사회에서 EU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측면에서 막강한 지위와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EU가 인류 역사에서 가장 크게 공헌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유럽 대륙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없앤 지역공동체를 만든 것이다.

오늘날 EU로 대표되는 유럽연방을 통한 평화체제의 건설은 '유럽 통합의 아버지'로 불리는 장 모네의 구상에서 비롯한다.

"만약 국가주권의 기반 위에 국가를 재건설한다면 이 땅에 평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다…유럽 국가들은 자국 국민의 번영과 발전만을 보장하기에는 지리적으로 너무 인접해 있다. 따라서 유럽의 국가들은 공동경제를 중심으로 한 단일통합체를 건설해야만 한다."

단일 유럽 건설이라는 장 모네의 구상은 그저 허황된 꿈에 그치지 않았다. 그 꿈은 현실이 되어 EU에서는 사람과 상품, 자본과 서비스가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이동하고 있다.

함민복 시인은 '꽃'이라는 시에서 노래한다.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시인의 바람대로 남북을 경계 짓는 철책이 무너지고 삼천리강산을 화려하게 수놓는 무궁화 꽃이 피어날까. 그 꽃이 활짝 피어나는 날 남북을 가르는 모든 경계가 무너져 내릴까.

기해년 새해다. 우리의 가슴에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꽃 한 송이를 품으면 어떨까. 100년 전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던 유관순 열사도 같은 꿈을 꾸었을 것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