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불법 이민을 강력히 규제하는 가운데 20대 아버지와 어린 딸이 미국 국경을 건너다 익사하는 비극이 발생, 충격을 주고 있다. 또 불법 이민자의 아동들은 극도로 비위생적이고 열악한 수용시설에 구금된 것으로 드러나 미국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25일(현지시간) AP통신은 강을 헤엄쳐 미국으로 건너가려다 함께 익사한 엘살바도르 출신의 오스카르 알베르토 마르티네스 라미레스(25)와 그의 23개월된 딸 발레리아의 시신을 공개했다. 마르티네스와 발레리아는 강가에서 머리를 땅에 묻고 나란히 엎드려 있으며 아기는 아빠의 가슴까지 말려 올라간 검은 티셔츠에 함께 몸을 넣고 한쪽 팔로 아빠의 목을 감싼 채였다. 이 사진은 멕시코 일간 라호르나다의 사진 기자 훌리아 레두크가 찍은 사진이다.
라호르나다에 따르면 아빠 마르티네스는 먼저 딸 발레리아를 안고 리오그란데 강을 건넌 후 딸을 강둑에 앉혀놓고 건너편에 있는 아내를 데리러 다시 헤엄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멀어지는 아빠를 본 딸이 다시 강으로 뛰어들었다. 아빠는 얼른 돌아와 가까스로 딸을 붙들고 자신의 티셔츠 안에 넣어 단단히 고정했지만, 급물살에 함께 휩쓸려가고 말았다.
맞은편에서 이 장면을 지켜본 아내 타니아 바네사 아발로스(21)는 눈물과 비명 속에 경찰에 이 장면을 진술했다고 사진기자 레두크가 AP에 전했다. 부녀의 시신은 이튿날 아침 휩쓸려간 곳에서 수백 미터 떨어진 멕시코 마타모로스의 강가에서 발견됐다. 전날엔 리오그란데강 인근에서 영아 2명과 유아 1명, 젊은 여성 등 일가족으로 보이는 이민자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폭염 등이 원인이 된 것으로 추정됐다.
또 미국 국경을 넘어왔다가 부모와 격리된 불법 이민자 아동들이 몇 주간 씻지 못한 채 몸서리쳐지도록 극도로 비위생적인 환경에 노출돼 있다고 AP통신 등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주 미 텍사스주 클린트와 맥컬렌에 있는 아동 구금시설을 돌아본 변호사들은 "말을 걸어본 아이들 대부분은 국경을 넘어온 이후로 한 번도 샤워하지 못했다고 했다"면서 "3주간 씻지 못한 아이들도 수두룩했다"라고 전했다. 클린트 캠프에는 치약·비누는 물론 씻을 물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땟국이 줄줄 흐르는 옷을 입은 채 콘크리트 바닥에 방치돼 있고, 오물에 오염된 옷을 몇 주째 입고 있는 아이들도 봤다고 했다. 7~8세 아이들이 한 두살 젖먹이들을 돌봐야 하는 상황이며 자신들도 돌봄을 받아야 할 아이들이 불안한 표정으로 영아들을 안고 있다고 전했다.
비판이 잇따르자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은 클린트 수용시설에 있던 아동 300여 명을 좀 더 나은 시설로 이송했으나 침상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100여 명은 다시 클린트의 비위생적인 구금시설로 되돌아왔다. 실태가 알려지자 미국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나 해적보다도 더 비인간적으로 이민자를 다루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김지석 선임기자 jiseok@imaeil.com·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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