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4일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농가 소득을 높이려는 정부의 농정 목표에도 반하고, 농업인과 농촌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며 법률안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재의요구안을 심의·의결한 뒤 재가했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시장의 쌀 소비량과 관계없이 남는 쌀을 정부가 국민의 막대한 혈세를 들여 모두 사들여야 한다는 '남는 쌀 강제 매수법'"이라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어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에 의하더라도 이렇게 쌀 생산이 과잉되면 오히려 궁극적으로 쌀의 시장 가격을 떨어뜨리고 농가 소득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법 개정안은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5%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하락할 때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전량 매입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취임 후 대통령 고유권한인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7년 전인 2016년 5월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애초 국회에서 이 법안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통과된 데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다"며 "그간 정부는 이번 법안의 부작용에 대해 국회에 지속적으로 설명해 왔지만 제대로 된 토론 없이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통과시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대통령실도 전 정부에서도 반대한 '쌀 의무매입' 법안을 민주당이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가진 백브리핑에서 "2019년 쌀 의무매입법을 여당인 민주당 의원이 발의하자 당시 문재인 정부가 반대했다"며 "문재인 정부는 왜 지금 우리처럼 이 법안을 반대했겠느냐. 그런 면에서 시사점이 있을 것 같다"고 직격했다.
농업인 단체의 재논의 건의 등 현장의 목소리도 반영했음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법안 처리 이후 40개의 농업인 단체가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전면 재논의를 요구했다"며 "관계 부처와 여당도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검토해서 제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농림축산식품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쌀 수급을 안정시키고, 농가 소득 향상과 농업 발전에 관한 방안을 조속히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오늘 윤 대통령 말씀의 강조점을 보면, 실질적으로 농민을 위하고, 농촌을 위해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국가 최고 지도자로서의 고심과 결단이 있다"며 "국민이 기댈 곳은 대통령의 재의 요구권밖에 없었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도 쌀 수급 안정, 농가 수급 소득 향상과 농촌 발전 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의 이날 재의요구안 재가로 양곡법 개정안은 국회로 다시 넘어가 재표결에 부쳐진다. 법안 재의결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요건으로 하는데, 재의결되면 해당 법안은 법률로 확정되고 정부도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재적의원(299명) 중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 수가 115명이어서 재의결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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