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해병대 1사단장, 채수근 상병 사건 수사 때 '허위 진술'"

해병대 전 수사단장 변호인, 참모와 대화 공개…"실종자수색작전 미리 알리지 않아 '업무상과실'"

고(故) 채수근 상병 수사와 관련해
고(故) 채수근 상병 수사와 관련해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 앞에서 입장을 밝히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을 초동수사한 해병대 수사단은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이 대원들에게 실종자수색작전을 미리 알리지 않아 업무상과실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은 이 같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가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되고 보직 해임됐다.

13일 박 대령의 법률대리인인 김경호 변호사에 따르면 박 전 단장은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수사를 하면서 임 사단장에게 일반적 과실과 구체적 과실 등을 들어 업무상 과실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해병대 수사단은 임 사단장이 지난달 15∼16일 경북 예천에서 수해복구지원을 하면서 실종자 수색작전이 주 내용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사전 공지나 전파를 하지 않아 구명조끼 등 안전장구를 구비할 수 없게 했다고 봤다.

임 사단장은 17일 오전 10시쯤에서야 산하 여단장에게 실종자 수색이 주임무란 점을 알렸다. 이런 내용은 전날 밤 각 부대 지휘관이나 간부에게 전파됐다.

예천에 투입된 각 부대 간부들은 지난해 태풍 때와 마찬가지로 대민 복구지원이 주 임무인 줄 알고 삽 등만 챙겨왔고, 18일부터 안전장구 없이 실종자 수색에 들어갔다.

20일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김대식관에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해병대 고 채수근 상병의 빈소가 차려졌다. 사진은 이날 유족들의 동의로 공개된 채 상병의 영정사진. 연합뉴스
20일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김대식관에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해병대 고 채수근 상병의 빈소가 차려졌다. 사진은 이날 유족들의 동의로 공개된 채 상병의 영정사진. 연합뉴스

임 사단장은 18일 오전 현장에서 장병들이 물가에서 수색하는 모습을 봤음에도 안전대책 조치보다는 언론 등 외부에 비치는 이미지만 고려해 복장이나 경례 등만 강조하면서 결과적으로 사망을 예방하지 못했다.

그는 고 채수근 상병이 급류에 휩쓸리기 2시간쯤 전인 19일 오전 7시쯤 참모를 통해 대원들이 물속에서 수색하는 사진을 보고받아 확인했음에도, 수사단에는 영결식장에서 사진을 처음 봤다고 허위 진술했다.

해병대 수사단은 이 같은 1사단장의 진술이 허위로 구체적인 과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김 변호사는 1사단장과 참모가 주고받은 카톡 대화를 입수해 공개했다.

이 대화에서 1사단장은 참모로부터 관련 보도 내용을 보고받은 뒤 "훌륭하게 공보활동이 이뤄졌구나. 현장 미담도 있던데"라며 "이번주 이후로는 부정적 시각도 언론에서 찾을 텐데 잘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해군 군검사는 '회사 대표가 직접 현장에 나타났음에도 안전조치를 취하지 못한 점이 인정되면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유사 판결을 검토한 뒤, 임 사단장 역시 현장에 갔음에도 안전조처를 하지 않아 일반적인 책임뿐만 아니라 구체적 책임이 있다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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