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비대면 금융사고 배상, 신청 10억에 지급 1억8029만원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금감원 21일 국회 제출 자료… KB국민 6억1300만원 최다 본인 직접 이체는 심사 제외, 인정돼도 피해액 18~22%만

금융감독원 사옥 전경. 연합뉴스
금융감독원 사옥 전경. 연합뉴스

비대면 금융사고 책임분담제로 5대 은행에 접수된 배상 성립 신청액 10억8840만원 가운데 실제 배상으로 이어진 돈은 1억8029만원이다. 금융감독원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현희 의원실에 제출한 은행별 자율배상 현황에 담긴 내용이다. 배상 여부는 빠져나간 금액이 아니라 송금 버튼을 누른 손이 누구였는지에서 갈린다. 사기범에게 속아 피해자가 스스로 이체한 사건은 심사 문턱조차 넘지 못한다.

◆ 신청액 10억8840만원인데 하나·우리은행은 배상 0건

같은 자료를 보면 2024년부터 지난 7월까지 배상 성립 신청액은 KB국민은행이 6억13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NH농협은행 3억3000만원, 신한은행 1억4000만원이 뒤를 이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제도 도입 이후 배상이 완료된 건이 한 건도 없다.

실제 지급된 29건을 은행별로 쪼개면 규모가 갈린다. 이헌승 의원실이 지난 5월 공개한 5대 은행 배상 현황에서 KB국민은행이 9911만원(9건)으로 전체의 55%를 차지했다. NH농협은행은 6155만원(11건)으로 건수가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은 1963만원(9건)이었다.

비교 대상을 넓히면 격차가 벌어진다. 이 자료에 담긴 2024년 5대 은행의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1856억원이었다. 배상액은 그 0.1%에도 못 미친다.

◆ 신청 433건 중 250건은 심사조차 받지 못했다

금감원이 지난해 5월 내놓은 책임분담기준 개선방안을 보면 2024년 1월 제도 시행 이후 2025년 4월까지 은행권 피해 상담은 2244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배상 신청까지 간 것은 433건, 19%였다.

신청한 433건도 대부분 중간에 걸렸다. 250건(57.7%)은 이용자가 직접 이체한 사건 등으로 심사 대상에서 빠졌다. 심사에 올라간 183건 중 68건은 소비자 중과실을 이유로 은행 면책 결정이 났다. 최종 배상은 41명, 1억6891만원. 한 건당 412만원 수준이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 제출된 5대 은행 처리 현황에서도 흐름은 같다. 2024년 1월부터 2025년 8월까지 신청 173건 중 배상은 18건, 10.4%였다. 60건(34.7%)은 이용자 직접 송금 등으로 심사에서 제외됐다.

제도가 겨누는 대상은 좁다. 개인정보가 새어 사기범이 명의로 비대면 대출을 받거나 계좌 잔액을 몰래 옮긴 경우, 즉 제3자가 무단으로 실행한 거래만 해당한다. 검찰·금감원 사칭범에 속아 피해자가 스마트뱅킹에서 직접 타인 계좌로 예금을 보낸 사건은 '본인 직접 지급지시'로 분류돼 빠졌다. 중고거래 사기나 투자 리딩방 같은 상거래 사기도 대상이 아니다.

◆ 850만원 털려 128만원… 인정돼도 피해액 18~22%

배상된 사례를 보면 비율이 드러난다. 택배 스미싱 문자를 눌러 악성 앱이 깔린 뒤 제3자가 계좌에서 850만원을 무단 이체한 사건은 은행 과실 15%가 인정돼 128만원이 지급됐다. 악성 앱 감염 후 범인이 3000만원 대출을 실행해 가로챈 사건에서는 은행의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탐지 부실이 인정돼 피해액의 20%가 배상됐다.

금감원 집계로 배상 완료 건의 지급액은 인정 피해액의 18~22.1% 선이다. 전액 배상은 사실상 없다. 휴대전화 사진첩에 주민등록증이나 보안카드 사진을 보관한 채 사고가 나면 이용자 과실로 잡혀 비율이 더 깎인다.

◆ 신청 시효 3년, 배상금 손에 쥐기까지 평균 116일

신청은 비대면 금융사고를 인지한 날로부터 3년 안에 해야 한다. 은행연합회 표준 업무방법서에 규정된 시효다. 접수 창구는 넓어지는 추세다. KB국민은행은 모바일 앱과 인터넷뱅킹으로 접수를 확대했고, NH농협캐피탈은 소비자보호 포털에 책임분담 전용 안내·신청 창구를 열었다.

문제는 시간이다. 같은 자료를 보면 신청부터 배상금 지급까지 평균 116일, 최장 307일이 걸렸다. 금감원은 은행권과 협의해 배상 심사 표준처리기한을 신설하고, FDS 고도화가 미흡한 금융사에는 배상책임을 무겁게 매기는 방안을 지난해 9월부터 적용했다.

◆ 제2금융권은 신청 123건에 배상 2건

제도는 2024년 1월 1일 은행권에서 시작해 2025년 1월 1일 증권·카드·보험·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으로 넓어졌다. 지난해 10월 공개된 제2금융권 자율배상 현황을 보면 2025년 1~8월 신청 123건 가운데 실제 배상은 2건, 1.6%였다.

피해는 같은 기간 급격히 늘었다. 경찰청 집계로 2024년 보이스피싱 연간 피해액은 8545억원으로 2023년 4472억원의 두 배에 가까웠다. 금융위원회와 범정부 보이스피싱 대응 태스크포스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점검 자료에서는 2025년 1~11월 피해액이 1조1330억원, 전년 동기보다 56.1% 늘었다.

금융권은 배상 확대에 선을 긋는다. 시중은행 소비자보호부서의 한 관계자는 알뜰폰 명의도용과 악성 앱 유포가 얽힌 복합 전자사기의 책임을 금융회사 과실로만 돌리면 도덕적 해이가 생긴다며 통신사 등의 공동 분담을 주장한다. 반대편에서는 속아서 직접 송금한 사건이 대다수인데 그 유형이 원천 제외돼 제도 체감도가 낮다는 지적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나왔다.

정부는 그 사각지대를 법으로 메우는 쪽을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8월 보이스피싱 근절 종합대책 브리핑에서 "피해자가 보이스피싱 범죄자에게 속아서 이체하는 것도 일정 범위 내에서는 금융사가 피해 배상하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무과실 배상책임 법제화는 올해 안 추진 일정으로 잡혀 있고, 다음 달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감원의 배상 실적이 다시 점검된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지난 5월 "보이스피싱은 여러 경로가 얽혀 발생해 통제하기 어려운 사고까지 배상 책임을 넓히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며 "은행뿐 아니라 통신사·수사기관 등과 협력해 대응하는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짚었다.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최근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고는 북한군의 지뢰 매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하고...
대구시는 추석 연휴 이후 지역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대구대박세일'을 10월 12일부터 21일까지 77개 전통시장에서 진행하며, 온누리...
조희대 대법원장이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구를 거부한 후 더욱 강한 반박에 나서면서 정치권과 법조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조 대...
지난해 1월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 중 한 명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사건이 보도되었으며, 우크라이나 의료진이 이를 치료한 과정이..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