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는 가구는 27.3%로, 지난해 40.4%에서 13.1%포인트 줄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3일 공개한 2026년 추석 명절 소비자 조사 결과다. 4인 기준 차례상 비용이 30만원을 넘어선 사이 명절 밥상은 집이 아니라 식당으로 옮겨갔다. 추석을 앞둔 한 주 동안 외식 예약 플랫폼의 가족모임 검색량은 평소의 4.2배로 뛰었다.
◆ 차례 계획 27.3%, 1년 만에 13.1%포인트 하락
차례를 지내겠다는 가구가 열에 셋에 못 미친 것은 관련 조사에서 처음이다. 한국리서치가 22일 내놓은 추석 인식 여론조사에서도 차례나 제사를 준비하겠다는 응답은 30%로 조사 이래 가장 낮았다. 지난해 추석과 올해 설의 35%에서 5%포인트 더 내려앉았다.
명절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바뀌었다. 같은 조사에서 추석을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휴일로 여긴다는 응답은 37%로, 1년 전 32%보다 5%포인트 늘었다. 농촌진흥청이 지난 1월 발표한 결과도 비슷하다. 수도권 소비자 패널 가운데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는 응답은 63.9%로 전년보다 12.4%포인트 늘었다.
차례를 지내는 가구도 상을 줄인다. 농경연 조사에서 차례 계획 가구의 50.9%가 예법에 맞춰 간소화하겠다고 답했다. 예법대로 모두 준비하겠다는 응답은 20.1%에 그쳤다.
◆ 4인 상차림 30만원… 애호박 92.8% 급등
비용이 결정적이다. 한국물가협회가 15일 발표한 제수용품 가격조사를 보면 전국 6개 도시 전통시장 기준 4인 차례상 비용은 30만3750원으로 전년보다 4.1% 올랐다. 같은 상을 대형마트에서 차리면 36만1300원으로 시장보다 5만7550원 비쌌다.
채소가 상승을 주도했다. 같은 조사에서 애호박 값은 폭염 여파로 1년 새 92.8% 급등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18일 조사에서도 채소류 비용은 14.7% 올랐다. 6인 기준 대형마트 구매비는 29만711원으로 6.0% 뛰었다.
지역과 유통 경로에 따라 금액이 갈린다. 물가협회 조사에서 전통시장 차림비는 인천이 31만360원으로 가장 비쌌고, 광주가 29만8220원으로 가장 쌌다. 상승률은 대전 7.3%, 광주 7.1%로 높았다. 서울시 조사에서는 도매시장인 가락몰이 22만8000원으로 대형마트와 21.6% 차이가 났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22일 공개한 2차 물가조사에서 서울 90개 유통점 평균 제수용품 비용은 30만9380원이었다.
◆ 가족모임 검색 4.2배, 뷔페 예약 2년 새 4.6배
밀려난 상차림 수요는 외식으로 갔다. 예약 플랫폼 캐치테이블을 운영하는 와드가 19일 내놓은 연휴 외식 데이터에서 가족모임 검색량은 평소의 4.2배, 한정식 검색량은 22% 늘었다. 21일 공개한 웨이팅 리포트를 보면 지난해 추석 연휴 식당의 하루 평균 점심 원격 대기는 평소의 1.8배, 대체공휴일에는 2.4배까지 올랐다. 대기 이용자 중 40대 이상 비중은 35.3%였다. 젊은 층의 맛집 줄서기가 아니라 가족 모임이 대기표를 뽑았다.
뷔페는 수치가 더 선명하다. 이랜드이츠가 17일 집계한 수도권 주요 3개 매장의 연휴 사전 예약 인원은 1300명이었다. 예약팀의 88%가 5인 이상 단체였고, 최대 25인 단체 예약도 들어왔다. 상위 4개점 연휴 예약자는 2022년 437명에서 2024년 2019명으로 2년 만에 4.6배로 늘었다.
이런 흐름은 명절에 국한되지 않는다. BC카드가 2020~2024년 요식업 가맹점 매출을 분석한 결과 뷔페 업종 매출은 연평균 8.9%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요식업 증가율은 1.1%였다.
◆ 1030억 할인에도 마트가 시장보다 싸진 역설
정부는 추석 민생안정대책으로 19대 성수품 공급을 평시의 1.6배인 18만3000톤으로 늘렸다. 농축수산물 할인에는 1030억원을 넣었다. 전국 300개 전통시장에서는 국산 농축수산물 구매액의 최대 30%, 1인당 2만원까지 온누리상품권으로 돌려줬다.
효과는 엇갈린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21일 내놓은 전국 24개 품목 차림비용은 19만6630원으로 지난해보다 1.5% 낮아졌다. 그러나 할인 지원이 대형 유통업체에 쏠리면서 마트 비용이 19만1511원으로 전통시장 19만5911원보다 싸지는 역전이 벌어졌다. 소비자단체협의회 1차 조사에서 국산 쇠고기 600g은 마트가 시장보다 2만원가량 비쌌는데, 할인을 반영하자 순서가 뒤집혔다.
◆ 차례상 기준은 '여섯 가지 아홉 접시'
간소화의 기준은 이미 나와 있다.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가 내놓은 표준안 기준도 주목받는다. 송편과 구이 등 여섯 가지 아홉 접시를 기본으로 제시하고, 기름진 전은 빼도 된다고 권고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지난 1월 설 조사 당시 "차례를 지내는 가정이 줄어들면서 명절 농식품 소비도 평소 소비 패턴과 크게 다르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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