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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10명 중 4명은 일하고 빈곤율은 OECD 1위…대한민국 노년의 역설 [금주의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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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일 노인의 날 맞아 살펴본 '대한민국 노년 자화상'

대한민국의 노인은 더 오래 살고, 더 오래 일한다. AI로 생성한 이미지
대한민국의 노인은 더 오래 살고, 더 오래 일한다. AI로 생성한 이미지

대한민국 노인은 더 오래 살고, 더 오래 일한다.

그러나 그 변화의 이면에는 '활기찬 노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생계를 위해 일을 놓지 못하는 현실, 특정 업종에 집중되는 고령 노동, 그리고 고령화된 노동시장에 맞춰가지 못하는 안전·복지 제도가 함께 놓여 있다.

10월 2일 '노인의 날'을 맞아 각종 통계를 들여다보면 한국 사회가 맞닥뜨린 노년의 모습은 이처럼 복합적이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6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자의 고용률은 39.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65세 이상 10명 가운데 4명꼴로 일하고 있다는 의미다.

고령자 고용률은 2015년 30.4%에서 10년 동안 꾸준히 상승했다. 지난해 65세 이상 취업자는 414만7천명으로 10년 전 198만5천명의 두 배를 넘어섰다.

[그래픽] OECD 주요국 노인 상대적 빈곤율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국가데이터처가 1일 발표한 \
[그래픽] OECD 주요국 노인 상대적 빈곤율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국가데이터처가 1일 발표한 \'2026 고령자 통계\'를 보면 2023년 66세 이상 은퇴 연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39.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여전히 가장 높았다. minfo@yna.co.kr X(트위터) @yonhap_graphics 인스타그램 @yonhapgraphics (끝)

◆노인이 일한다…절반은 "생활비에 보태려고"

고령층의 경제활동 확대를 긍정적인 신호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65~79세 가운데 앞으로도 일하기를 원하는 비율은 58.7%에 달했는데, 가장 많은 50.4%가 이유로 '생활비에 보탬'을 꼽았다. '일하는 즐거움'은 38.7%로 꽤 비중이 높았지만 생계 문제엔 밀렸다.

생활비를 본인 또는 배우자가 직접 마련한다는 고령자도 74.7%에 달했다. 10년 전 58.5%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자립도가 높아졌다고도 볼 수 있지만, 뒤집으면 가족 부양보다 스스로 소득을 확보해야 하는 노인이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를 보여주는 지표가 빈곤율이다.

66세 이상 은퇴연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지난해 37.7%로 전년보다 2.1%포인트 낮아졌지만, 국제 비교가 가능한 2023년 기준 한국의 노인 상대적 빈곤율은 39.8%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미국 22.9%, 영국 15.0%, 독일 14.5%, 이탈리아 13.4%, 프랑스 6.2%와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노인이 많이 일하는 나라와 노인이 가난한 나라라는 두 모습이 동시에 존재하는 셈이다.

1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앞에서 노인들이 무료 점심을 배식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이날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1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앞에서 노인들이 무료 점심을 배식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이날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6 고령자 통계'를 보면 올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1천112만5천 명으로 전체 인구의 21.6%에 달했다. 지난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뒤 고령화가 심화하며 이 비중은 2050년이 되면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연합뉴스

◆'어떤 일을 하느냐'도 문제…단순노무·서비스업 집중

일자리의 질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65세 이상 취업자의 34.6%가 단순노무종사자였다. 서비스·판매종사자 19.2%, 농림어업 숙련종사자 19.2%, 기능·기계조작 종사자 15.9% 등이 뒤를 이었다.

산업별로는 사업·개인·공공서비스 및 기타가 46.7%로 가장 많았고 농림어업 19.3%, 도소매·숙박음식업 13.8% 순이었다.

전문직이나 사무직보다 육체적 부담이나 현장 대응이 필요한 일자리에 고령층이 상대적으로 많이 분포해 있다는 의미다.

고령화가 노동시장 곳곳에서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단순히 고용률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고령자가 얼마나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일자리에서 일하고 있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

◆운수종사자 4명 중 1명 65세 이상…4년 새 42.5% 증가

대표적인 분야가 운수업이다.

더불어민주당 염태영 국회의원이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체 사업용 자동차 운수종사자는 2021년 74만9천419명에서 2025년 83만1천663명으로 11.0% 증가했다.

같은 기간 65세 이상 운수종사자는 15만5천616명에서 22만1천743명으로 무려 42.5% 늘었다.

이에 따라 전체 운수종사자 가운데 65세 이상 비중도 20.8%에서 26.6%로 높아졌다. 현재 사업용 차량 운전자 4명 가운데 1명 이상이 고령자인 셈이다.

같은 기간 고령 운수종사자 사망자는 93명에서 153명으로 64.5% 늘었다.

다만 이 수치만으로 "고령자가 운전해서 사고가 늘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고령 운수종사자 자체가 빠르게 늘어난 데 따른 규모 효과가 함께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핵심은 노동시장의 연령 구조가 빠르게 바뀌는데 교통안전 정책 역시 같은 속도로 바뀌고 있느냐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자격유지검사와 안전교육이 실제 사고 예방에 얼마나 효과적인지, 인지·시력·반응속도 등 개인별 운전능력을 보다 정밀하게 평가할 방법은 없는지 점검이 필요한 이유다.

염태영 국회의원도 "운수현장 인력구조에 맞게 교통안전 정책도 변해야 한다"며 기존 안전대책의 효과를 다시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1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앞에서 노인들이 무료 점심을 배식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이날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1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앞에서 노인들이 무료 점심을 배식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이날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6 고령자 통계'를 보면 올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1천112만5천 명으로 전체 인구의 21.6%에 달했다. 지난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뒤 고령화가 심화하며 이 비중은 2050년이 되면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연합뉴스

◆치매 80대의 7㎞ 역주행…'나이'보다 중요한 것은 상태 관리

고령 운전자 관리의 사각지대를 보여주는 사건도 최근 발생했다.

지난달 28일 밤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에서는 경증 치매를 앓고 있던 80대 남성이 약 7㎞를 역주행하다 마주 오던 승합차와 충돌했다.

이 남성은 인천공항 방면으로 정상 운행하다 인천공항요금소 인근에서 방향을 돌린 뒤 서울 방향 도로를 반대로 달린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발생 10분가량 전 가족은 이 남성이 귀가하지 않는다며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한 상태였다.

다행히 두 차량이 충돌 직전 방향을 틀면서 대형 참사는 피했다.

이 사례 역시 단순히 '고령 운전자 사고'로 묶는 것보다는 치매와 인지기능 저하가 확인된 사람의 운전 가능 여부를 사회가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라는 문제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실제 고령 운전자 가운데 상당수는 아무 문제 없이 운전하고 있다. 나이만으로 운전을 제한하는 방식은 이동권과 생계권 침해 논란을 부를 수 있다.

반대로 인지기능 저하나 중대한 질환이 확인됐는데도 운전을 계속하도록 방치한다면 본인과 타인의 안전 모두 위험해질 수 있다.

결국 필요한 것은 일률적인 '몇 살 이상' 규제가 아니라 실제 운전능력과 건강상태를 기준으로 한 정밀 관리다.

[그래픽] 고령 인구 비중 전망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국가데이터처가 1일 발표한 \
[그래픽] 고령 인구 비중 전망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국가데이터처가 1일 발표한 \'2026 고령자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50년이 되면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minfo@yna.co.kr X(트위터) @yonhap_graphics 인스타그램 @yonhapgraphics (끝)

◆2050년엔 10명 중 4명이 노인…'노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 문제'

올해 65세 이상 인구는 1천112만5천명으로 전체 인구의 21.6%를 차지했다.

이 비중은 2036년 30.9%, 2050년에는 40.1%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은 '고령자 정책'으로 따로 분류하는 문제들이 앞으로는 사실상 사회 전체의 문제가 되는 셈이다.

삶의 질 역시 낙관하기 어렵다.

고령자의 43.4%가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했고, 현재 삶에 만족한다는 비율은 33.7%에 그쳤다. 전체 연령의 삶 만족도 45.3%보다 11.6%포인트 낮았다.

한국 노인의 현실을 하나의 숫자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10명 중 4명은 여전히 일하고 있고, 10명 중 6명은 앞으로도 일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일을 원하는 사람 절반은 생활비 때문에 일한다고 답한다. 그러면서도 한국 노인의 빈곤율은 OECD 최고 수준이다.

일하는 노인이 늘어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일하지 않으면 살기 어려운 노인'과 '계속 일해도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제도가 부족한 사회'가 함께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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