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왜곡, 명예 훼손, 패륜 비판을 받고 있는 영화 '암살자(들)'에 대해 진보·좌파 진영에서도 "너무 나간 상상력"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사실 이 영화는 "너무 나간 상상력이 아니라 제작진이 부족한 재주를 선정적 음모론으로 채운 영화"라고 본다. 역사적 팩트를 유지하면서 개연성(蓋然性) 있는 다른 시각의 스토리를 만들 재주가 없으니 음모론(진중권 교수 표현을 빌리자면 번데기 아이큐 수준)을 동원해 만든 영화라는 말이다.
이런 터무니없는 음모론 영화를 만드는 이유는 간단하다. 좌·우파 국민의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좌파 진영은 오직 박 전 대통령의 과(過)에만 집중한다. 제작진은 그 점을 흥행 포인트로 잡고 박 전 대통령을 깎아내리고 싶은 좌파 관객 입맛에 맞는 영화를 만든 것이리라. 그 내부에는 진지전(陣地戰: 이탈리아 공산당 안토니오 그람시의 정치사상 개념-시민사회에서 지적, 도덕적, 문화적 헤게모니 장악을 위한 장기적 투쟁전략) 차원에서 이런 영화를 지속적으로 제작하는 자들도 있을 것이다.
역사 왜곡·패륜 논란이 강하게 일자 제작진은 "1974년 발생한 역사적 사건을 모티브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한 극영화이며, 영화 어디에서도 특정 인물을 사건 배후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암시했을 뿐 단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변 사또와 성춘향이 방에 들어갔는데 얼마 후 변 사또만 나왔다. 아전이 방에 들어가 보니 성춘향이 피를 흘리며 죽어 있었다'고 전개해 놓고 '변 사또가 성춘향을 죽였다고 규정하지 않았다'고 하는 격이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작품에서 이런 식의 암시는 독자와 관객에게 '확정적 심증(心證)'을 굳히게 하면서도 '증명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얄팍하고 무책임하다.
이 영화는 '총성은 여섯 발인데 탄환은 네 개, 두 발이 사라졌다'는 설정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당시 수사기록과 판결문에 따르면 문세광은 권총에 5발을 장전했고, 탄착 지점은 1탄 문세광 허벅지(실수로 격발), 2탄 대통령 연설대, 3탄 불발, 4탄 육영수 여사, 5탄 단상 태극기 순으로 기록돼 있다. 여기에 경호원의 응사(應射) 두 발이 있었다.
영화 속에는 기자들이 돌려보는 외신 전문(문서)에 '일본 언론은 자작극으로 보도했다'는 문구가 나온다. 하지만 한국 수사본부는 조총련 지령에 따른 범행으로, 일본 수사 당국은 문세광 단독 범행 또는 일본 내 공범 가능성이 있으나 미확정 사건으로 보았다. 문세광이 만약 '육영수 여사 암살' 연극에 이용된 사람이라면 정부 차원에서 그를 섭외했다는 가설(假說)이 성립해야 한다. 이는 "대통령에게 총을 겨냥해서 잘못했다. 박 대통령과 육 여사에게 미안하다"는 문세광의 최후 진술과 배치된다.
일부에서는 문세광의 총탄이 육영수 여사를 맞히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문세광 제압 과정에서 경호원 쪽에서 발사된 총탄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백번 양보해 그렇다고 하더라도 경호원 오발은 사고일 뿐, '기획된 음모'일 수 없다. 문세광이 총을 쏘며 앞으로 달려나오지 않았다면 경호원은 응사하지 않았을 것이다. 가장 근본적인 팩트는 문세광의 총구가 애초 누구를 겨냥했느냐는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이었다. 문세광이 자신의 허벅지를 맞힌 1탄(오발)을 제외하면, 2탄 타깃은 대통령이었다. 연설대에 맞아 대통령이 맞지 않았을 뿐이다.
예술 작품에서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가 사실을 왜곡(歪曲)해 누군가를 능멸(陵蔑)하거나 명예를 훼손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더구나 역사를 소재로 한 작품에서 공백을 메우는 것과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5·18에 관해 허위사실을 유포할 경우 처벌하는 특별법까지 만들었다. 기업이 역사적 아픔을 세세하게 챙기지 못해 벌어진 '스타벅스 탱크데이 행사'에 대해 대통령과 정부 부처, 더불어민주당, 야구협회가 '조리돌림'을 했다. 대통령은 "저질 장사치의 막장 행태"라고 몰아붙였다.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의 '어린 실수'에 대해 즉각적으로 중징계를 내렸다. 왜 어떤 역사에 대해서는 '내 부모님 생일' 이상으로 날짜를 신경 쓰지 않으면 안 되고, 어떤 역사에 대해서는 '아내의 비통한 죽음에 남편이 개입했을 수 있다'는 음모론까지 창작의 자유로 평가받아야 하나.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굶주림과 가난, 폐허, 패배 의식에 젖어 있던 국민들을 일으켜 오늘의 빛나는 대한민국의 초석(礎石)을 다진 인물이다. 우리나라 좌·우 국민의 평가는 엇갈리지만, 세계가 존경하는 거인(巨人)이다. 육영수 여사는 앞만 보고 달리는 남편의 리더십을 보완하며, 뒤에서 국민의 손을 잡고, 눈물을 닦아주신 분이다.
이 영화를 옹호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가족 또는 존경하는 인물의 죽음에 그 남편 혹은 아내가 연루(連累)돼 있음을 암시하는 영화가 나온다면 그때도 "예술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말할 것인가?
지금 온라인에서는 네티즌들이 영화 '암살자(들)'을 패러디해 만든 영화 포스터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문재인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 포스터 '간첩들', 김현지 부속실장·김부선 배우 등이 등장하는 '영부인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겨냥한 '미는 자들'이 그런 예다. 창작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이처럼 비틀어진 영화들이 제작, 상영되어도 좋은가?
영화 '암살자(들)' 제작진은 허리 숙여 사과해야 한다. 민주당 정치인들을 비롯한 좌파 인사들도 "표현의 자유는 중요하지만, 음모론을 바탕으로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사회적 분열과 갈등을 조장할 뿐"이라며 엄중하게 선(線)을 그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지금 온라인에 떠돌고 있는 포스터들이 영화로 제작되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한국 문화예술 헤게모니를 장악한 좌파 진영에 대한 혐오가 비등점(沸騰點)에 이르렀다. 영화 '암살자(들)'을 우리 사회가 용인한다면, 우리가 지켜야 할 어떤 선도 무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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