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킬러문항 없앤다더니…수능 만점·표준점수 수석 모두 강남 입시학원 출신

"킬러문항 있던 과거 '불수능' 이상 어려워"…사교육 의존도 더욱 높일 우려도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표 배부일인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성적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표 배부일인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성적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입시학원 '시대인재' 홈페이지 캡처.
입시학원 '시대인재' 홈페이지 캡처.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유일 만점자와 표준점수 수석 모두 강남 입시학원 출신 재수생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번 수능에서 전 과목 만점을 받은 경기 용인시 한국외국어대 부설 고등학교(용인외대부고) 졸업생 유리아 씨와 표준점수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대구 경신고 졸업생 이동건 씨 모두 서울 강남 입시학원 '시대인재' 출신으로 확인됐다.

이 학원은 명문대 신입생들이 만든 킬러 문항을 수강생들에게 반복 학습시켜 이름을 알린 곳으로 2010년부터 급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사교육 카르텔'을 거론한 배경도 이 학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출제 당국은 킬러문항을 철저히 배제하고 고교 교육과정을 충실히 따르면 풀 수 있는 문제를 냈다고 강조했으나 유명 재수학원 출신이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하는 모순된 상황이 벌어진 것.

유리아 씨는 국어 '언어와 매체', 수학 '미적분', 탐구 '생명과학Ⅰ'과 '지구과학Ⅰ'을 응시해 표준점수 435점을 받았다.

이 씨는 탐구 과목에서 표준점수가 높은 '화학Ⅱ'와 '생명과학Ⅱ'를 응시해 생명과학Ⅱ에서 한 문제를 틀렸음에도 표준점수로는 전국 최고점인 449점을 기록했다.

표준점수는 자신의 점수가 평균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졌는지 나타내 시험이 어려울수록 점수가 더 높아진다.

전문가들은 "결과적으로 킬러 문항이 있던 과거 '불수능' 이상으로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변별력을 갖추는 데는 성공했으나 어려워진 수능에 대비하기 위한 사교육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초에 킬러 문항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느낀 이들도 적지 않았다.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가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4일까지 교사 227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수능에서 킬러 문항이 없어졌느냐'는 질문에 75.5%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당사자들이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정부는 '킬러 문항 배제와 변별력 확보를 모두 충족했다'고 보도자료까지 내며 자화자찬 하고 있어 어처구니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렇게 '킬러 문항' '킬'을 외쳐대며 교육계 카르텔을 없애고 사교육을 경감하겠다더니 목표 달성은 커녕 학생들 불안만 조성해 사교육 수요만 부추긴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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