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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노동자 이직하면 공장 멈춰야"…"일 가르쳐놓으면 대기업, 수도권으로 이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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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9 근로자 1~2년 후 사업장 이동·권역 제한 완화 논의
대구 외국인 노동자 98.2% 제조업…기업 74.5% 이직 요구 경험
불법 알선 브로커까지 기승…"장기근속·지역 정착 대책 병행해야"

28일 성서산업단지 내 한 섬유공장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기기 동작을 확인하고 있다. 정우태 기자
28일 성서산업단지 내 한 섬유공장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기기 동작을 확인하고 있다. 정우태 기자

정부가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변경(이직)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대구경북 제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지역 중소 제조업체들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기업이나 수도권 업체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인 상황에서 자칫 공장 가동을 멈춰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호소가 나온다.

◆"외국노동자 이직하면 공장 못 돌려"

28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인권 보호와 노동권 강화를 위해 비전문취업(E-9) 외국인 근로자의 최초 사업장 근무기간 기준을 1~2년으로 설정하고, 사업장 이동 요건과 권역 제한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논의를 본격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숙련 인력의 유출 가능성이다. 자동차부품과 기계, 금속가공 등 제조업은 설비와 공정을 익히는 데 수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업장 이동 기준이 완화되면 숙련도가 높아질 무렵 임금과 복지 여건이 더 나은 업체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 현장의 공통된 목소리다.

대구 제조업은 이미 외국인 인력이 없으면 생산라인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다. 올해 초 대구시가 발표한 '외국인 인력 고용·노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외국인 노동자의 98.2%가 제조업, 93.2%가 생산직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류 자격도 90.2%가 고용허가제 E-9으로, 이번 제도 개편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인력이다.

조사 대상 기업 205곳과 외국인 근로자 1천655명을 조사한 결과 기업의 71.7%는 외국인을 채용하는 가장 큰 이유로 '구인난 해소'를 꼽았다. 외국인 인력이 단순한 보조인력을 넘어 지역 생산 현장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정부안이 현실화할 경우 영세 제조업체와 대구경북 등 비수도권 기업이 외국인 인력 확보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규모가 큰 기업이나 수도권 업체는 임금 수준은 물론 기숙사와 복지시설 등에서도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높아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74.5%가 사업장 변경 요구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변경 요구의 71.4%는 입국 후 1년 이내 발생했고, 입국 3개월 이내에 변경을 요구한 사례도 34.6%에 달했다.

특히 비수도권 기업의 3개월 이내 변경 요구 비율은 37.8%로 수도권의 29.5%보다 높았다. 사업장 변경 제도 완화 시 예상되는 문제로는 '영세 중소기업의 인력난 심화'가 61.3%로 가장 많았다. 비수도권 기업에서는 이 같은 우려가 65.4%까지 높아졌다.

28일 오후 대구 성서산업단지에 외국인 근로자 채용을 알선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정우태 기자
28일 오후 대구 성서산업단지에 외국인 근로자 채용을 알선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정우태 기자

◆"불법 브로커까지 활개…이직 부추길 우려"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이동을 부추기는 브로커도 활개를 치면서 지역 중소기업의 불안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현행 고용허가제상 E-9 근로자의 채용과 사업장 변경은 고용노동부의 알선과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최근 외국인 채용 플랫폼이나 행정사, 귀화인 등이 사업장 이동을 원하는 근로자와 일손이 급한 기업을 연결하고 수수료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들은 외국인 근로자의 국적과 성별, 나이, 경력, 체류 자격 등을 기업에 전달한 뒤 채용을 제안한다. 임금과 근무환경이 좋은 사업장으로 이직이 성사되면 수수료를 챙기는 방식이다.

지역 업계는 정부 방침에 따라 외국인 근로자 사업장 변경 문턱이 낮아지면 불법 브로커의 활동 범위도 넓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외국인 근로자 커뮤니티를 통해 임금과 근무조건, 이직 가능 사업장에 관한 정보가 빠르게 공유되는 상황에서 브로커까지 개입하면 임금 지급 능력이 낮은 지역 영세업체의 인력 유출이 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는 지역 중소 제조업체는 외국인 근로자를 구하기도 어렵지만 일부 인력만 이탈해도 생산계획과 납기를 맞추는 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대구의 한 부품업체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해 한국어와 안전교육, 공정교육을 마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며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된 시점에 다른 업체로 옮겨가면 교육비뿐 아니라 생산성까지 모두 잃게 된다"고 말했다.

성서산업단지의 모 섬유업체 대표는 "임금을 더 준다는 업체가 나타나면 쉽게 떠나고, 국적별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어 다른 사업장의 근무조건도 빠르게 파악한다"며 "이동의 자유만 확대할 것이 아니라 장기근속과 지역 정착을 유도할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산업계에서는 불가피한 사업장 변경을 충분히 보장하되, 불법 알선 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장기근속 근로자와 고용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민진 중소기업중앙회 대구지역본부 과장은 "지역 기업들은 제도가 지나치게 완화되면 어렵게 숙련시킨 인력이 대거 빠져나갈 수 있다고 우려한다"며 "현장의 우려를 반영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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