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육·해·공군사관학교를 통합해 '국군사관학교'를 창설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현재 육사는 서울 태릉, 해사는 경남 진해, 공사는 충북 청주에 위치한 사관학교에서 장교를 배출한다. 이를 1~2학년 동안 대전 자운대에서 공통교육을 하고 3~4학년에는 육군의 경우 전남 장성에, 해군은 경남 진해에, 공군은 충북 청주에 위치한 각 군 군사학교로 가도록 구조로 바꾼다는 것이다. 복잡해 보이지만 육·해·공사를 2년제 '군사학교'로 축소하고 서울 태릉에 위치한 육사 교정을 전남 장성으로 옮기자는 얘기다.
통합을 주장하는 측이 내세우는 명분은 3군 합동성 강화다. 인구 절벽에 따른 병력 감소와 예산 절감도 덧붙인다. 초급 장교를 한 곳에서 가르쳐야 합동 작전 능력이 배양되고 더 싸게 장교를 키울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 명분엔 치명적인 모순이 있다. 합동성이 그토록 중요하다면 왜 사관학교만 합치려 하는가. 군 병력 다수를 차지하는 부사관과 병사의 합동성은 필요 없는가. 정부 논리 대로라면 통합 부사관학교와 통합 신병훈련소부터 만드는 것이 먼저다.
정부는 "군 지휘부 '장교단'의 합동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변명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린 "왜 장교 양성과정의 일부인 '사관학교'만 합동성 강화 대상인가"라고 되물어야 한다. 육군만 해도 장교는 사관학교 출신이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육군은 학군사관(ROTC)과 학사사관으로 전체 인원 대부분을 충당한다. 해군과 공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면에는 다른 노림수가 있어 보인다. 명분은 합동성이지만 실제로는 특정 사관학교의 역사를 인위적으로 지우고 재편하려는 의도가 아닐까 싶다. 다른 사관학교 이전에 대한 얘기는 없고 육사만 콕 집은 걸로 봐선 12·3 계엄에 대한 징벌적 개편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더구나 진보민주세력을 자처하는 현 정부가 가장 싫어하는 보수 대통령의 모교가 육사 아니던가.
우린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자랑하는 미국의 사례를 직시해야 한다. 미국은 예산이 더 들어가더라도 육해공 사관학교를 철저히 분리해 운영한다. 각 군 환경에 최적화된 전문적 리더십이 국방력의 원천임을 명확히 알기 때문이다.
지상, 해상, 공중이라는 이질적인 전장 환경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각 공간은 고도의 전술적 이해와 치밀한 전문성을 요구한다. 초급 장교 시절에는 각 군 고유의 전술과 훈련을 뼛속 깊이 체득하는 것이 우선이다. 합동성은 생도를 한 교실에 물리적으로 모아둔다고 생기지 않는다. 현대전의 합동성은 첨단 지휘통제체계의 완벽한 연동과 실전적인 대규모 합동 군사 훈련으로 완성된다. 타 군에 대한 이해와 전략적 시야는 기본기를 탄탄히 마친 영관급 장교 시절 합동군사대학교 등에서 서로 교류하며 쌓는 것이 군사 과학의 상식이다.
국가 안보는 어설픈 행정 실험이나 정치적 논리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사관학교 개편은 철저한 군사적 필요성에 따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앞뒤가 맞지 않는 얄팍한 명분으로 사관학교를 약화 시키려는 시도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이종길 프리드먼연구원 통합연구센터장
*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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