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마당에서 한 아이가 비닐로 만든 가오리연을 날리고 있었다. 문득 어릴적 겨울, 대쪽을 얇게 깎아 누런 창호지에 연살을 붙이느라 안간힘 쓰며만들었던 꼬리 긴 가오리연이 생각났다. 그때는 연을 날리는 재미에 앞서 칼에 손을 베이면서도 내가 애써 만든것이기에 바람에 휘날릴 때는 연과 함께하늘을 훨훨 나는 듯한 기분이었다.바람이 세게 부는 날, 동구밖 언덕배기에서 얼레의 마지막 연줄을 풀며 하늘높이 띄웠던 연의 줄이 끊겨 멀리 날아가버렸을 때는 며칠을 두고 애틋해했던 일이 새삼 그립다.
돈만 손에 쥐면 금세 가게로 달려가 연을 살 수 있는 오늘날 어린이들은 도저히 느낄 수 없는 감정이 아닐까. 이제는 창호지연이 아닌, 기계로 대량 생산되는 비닐연을 보며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우뚝 선 아파트 건물사이로 열심히 달음질치며 연을 날리는 아이를 보며, 한마을 또래들이 어울려 즐겼던 어릴적 겨울놀이의 기억을 떠올려본다. 스스로의 노작활동으로 마련한 장난감이었기에 성취감과 보람이 함께 섞여 즐거움이 한층 더했던 그날의 놀이가 아니었던가.
물질의 풍요속에서 생활하는 오늘날 어린이들의 놀이마저도 산업사회의 영향으로 너무나 달라져가고 있음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더러는 그 자취마저 사라져가는 우리의 전통 민속놀이가 어린이들의 놀이현장에서 제 모습대로 재현되길 간절히 소망해본다.
그것 또한 후손이 선인들의 정신유산을 이어받는 하나의 경험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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