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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선2000-오랜 정체...우수에 젖은 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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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는 이지역 호남 사람들에게 독특한 정서를 불러 일으킨다. 1897년 개항이래 한때를 제외하고는 늘 소외와 이에따른 한으로 점철돼온 도시이기 때문이다.그러기에 짙은 우수를 담은 목소리로 불러대는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은 목포를 넘어 호남의 '말안해도 통하는' 정서를 나타내는 노래로 깊이 자리를잡은 것이다.

외지인들이 목포에 처음 들어서면 느끼는 것이 이같은 '정체'이다. 좁은 골목, 채 단장되지 않은 거리, 여기에 도시에 솟은 산치고는 기암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는 유달산의 모습, 혹시나 하고 유명한 삼학도를 찾아가 보아도 연륙이 되어버린후 황량하게 먼지만 휘날릴 뿐이다.

이 목포의 모습에 프로야구 경기장에서 해태 타이거즈의 경기가 있을 때면합창으로 흘러나오는 '목포의 눈물'을 겹쳐 떠올려 본다면 당신의 '목폿길'은 이미 헛걸음이 아닌 것이다.

정체와 정돈되지 않음에 실망하지 말고 찬찬히 찾아 볼것이 옛 선비 묵객들이 목포의 멋을 정리해 놓은 '목포 팔경'이다. 우선 해발 2백29m의 유달산으로 올라서 유산 기암(유달산의 기묘한 바위)을 느껴 보고 멀리 고하도를보며 겨울의 고도 설송(고하도의 눈덮인 소나무)을 상상이라도 해본다. 그리고 용당도 용머리를 돌아 들어오는 여객선들을 보며 돛단배는 사라졌지만 용당귀범(용머리를 돌아오는 돛단배)의 넉넉한 풍류를 느낀다.목포팔경은 이밖에도 학도청람(삼학도의 시원한 바람), 아산춘우(아산에 내리는 봄비) 금강추월(영산강의 가을 달빛)등 목포의 곳곳에 지역마다 얽힌계절마다의 아름다움을 잘 표현하고 입암반조(갓바위에 비친 저녁노을)와 달사모종(달성사의 아스라한 종소리)이라는 풍류까지 표현한다.옛사람들의 정취를 맛본후에는 나름대로 지금의 멋을 즐겨볼 수 있다. 우선유달산에 올라 일주도로를 따라 木浦시가지와 항구를 한눈에 바라다본후 노적봉, 조각공원등에서 유달산의 다른 멋을 느껴보자.

조각공원에서는 현대적 조각옆의 나무그늘에 앉아 도시 전체적으로 발전이되지 않은 것은 쉽게 알아차릴 수 있게 멀리 흉물스럽게 아파트 단지만이 고층으로 솟아 있는 목포시가지를 전체적으로 볼수 있다.

목포시내의 해안길로는 가장 발길이 잦은 곳이 역시 유달산 옆자락으로 나와 목포해양대학을 지나 신안 비치호텔에 이르는 길이다.

이 길을 따라서는 섬들사이로 유유히 항해해 들고 나는 여객선들을 볼수 있고 길 양쪽에 찻집, 횟집들이 이어져 있어 인근 젊은 연인들로 늘 붐빈다.특히 밤이 되면 바다의 야경을 즐기며 한잔하는 주객들로 만원을 이루고 있다.

목포는 또 인근 유명 관광지인 이산도, 홍도를 가는 길목이다. 이제는 우리나라 유명 관광지로 부상한 홍도는 오히려 해마다 여름철이 되면 몰려드는관광객들로 몸살을 앓을 만큼 너무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모이고 있다.목포에서 1백13㎞ 떨어진 홍도는 이제는 쾌속선으로 2시간30분이면 닿기때문에 더이상 '외로운 섬'이 아니다. 조선시대에는 대풍금, 일제시대에는 매가도라고 불리다 해방후 홍도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홍도라는 이름에대해서는 해가 질 무렵 서해의 낙조에 섬전체가 붉게 물든다는 데서 비롯됐다는 것이 사람들에게 가장 인정 받고 있다.

섬전체가 천연기념물 170호로 지정되어 있는 홍도는 기기묘묘한 기암괴석과갖가지 진귀한 수목들로 섬이 만들어져 있고 주위에는 20여개의 갖가지 형상을 한 무인도로 둘러싸여 있어 찾는 이의 넋을 빼놓는다.

홍도에는 또 홍도10경이 있다. 홍도 주위를 유람하는 관광선을 타고 바위섬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소형어선이 통과할 수 있는 경인 남문바위, 2백명이들어가 앉을 수 있으며 지금도 가야금 소리가 들려온다는 실금리굴(일명 가야금굴)을 비롯, 석화굴 탑섬 일곱남매 바위 수중자연 부부탑 거북바위등 10경의 비경들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목포시에서 영광군으로 가는 곳은 한국 서해안의 복잡한 지형양식을 잘 드러낸다. 따라서 해안을 끼고 달리는 '해안도로'가 없다. 그러나 길을 달리다왼쪽으로 비켜 난길로 접어들기만 하면 썩 뛰어난 해안은 아닐지라도 섬 사이의 낙조를 볼 수 있는 해안은 어디에고 있다.

무안군의 흘통유원지, 도리포등은 한적한 어촌 횟집촌으로 도시인들의 발길이 잦고 그길로 내달으면 곧바로 지도를 지나 임자도의 대광 임자해수욕장으로 이어진다.

이곳은 서해안의 해안이 그렇듯 논밭사이로 바다가 보이고 다시 개펄이 드러나는가 하면 한적한 시골어촌이 앉아있는 풍경이 이어진다.무안에서 국도 23호선을 타고 올라가면 함평을 지나 영광이다. 영광은 잘알다시피 옛궁중진상품인 '굴비'의 고장이다. 옛날에는 영광앞 칠산 앞바다에는 갖가지 깃발의 어선 수십여척이 바다를 메워 조기를 잡아올렸고 법성포는굴비철이 되면 넘쳐나는 돈과 굴비 말리는 냄새로 가득찼었으나 이제는 양이그리 많지 않다.

굴비산지인 법성포에는 아직도 포구 양쪽에 1백여채의 굴비 가게가 있고 곳곳에 아주머니들의 굴비엮는 손길이 바쁘지만 가게에 옛날같은 양의 굴비두름은 내걸려 있지 않다.

지금은 값도 손바닥만한 '오사리'(알을 밴 굴비) 한마리에 3만~4만원을 호가하는 정도이니 서민들의 입에는 대기도 어려운 실정이나 법성포에 들른 만큼20마리에 3만원쯤이면 잔챙이 굴비를 엮은 '역거리'라도 한줄 사들고 돌아와입맛을 달랠 수 있다.

(춘추사공동기 획·광주일보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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