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목요칼럼세풍-버릴것과 안버릴것

어느가정에서나 있음직한 일이다. 아버지와 딸이 헌 책상하나를 두고 다퉜다.아버지는 손때묻은걸 왜 함부로 버리려 드느냐는 것이고 딸은 집안 어지럽게둬서 뭘하느냐는 것이다. 쓰레기종량제 실시가 임박했을때 이런 가구들이 지천으로 버려졌다. 부모세대는 애지중지 들여놓은것이라 차마 못버려 이리저리망설이는데 자식세대는 거추장스럽다고 차갑게 들어내 버린다.**쓰레기에 비친 세대차**모와 자식의 눈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다. 부모는 되도록 잡은것은 놓치지 않으려는데 자식은 묵은것은 과감히 버리고 새것을 갖겠다는 차이다. 보수와 혁신의 갈등이라 할까.

세상이 바뀌고 있다. 18세기 영국에서 방적기가 등장하면서 시작된 산업사회가 2백년이 지나면서 정보화사회로 옮겨가고 있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로 남처럼 살고싶다는 양적충족에 머무르지 않고 이제는 내방식대로 산다는 질을선택하는 개성의 시대로 들어서는 것이다. 산업사회가 요구했던 삶의 양식이차츰 사라지고 정보화사회에 맞는 방식으로 달라져 전문성과 창의성을 강조하기에 이르렀다. 정부가 국정지표로 내세우는 {세계화}도 우리사회가 정보화시대에 적응하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산업사회의 의식에서 먼저 벗어나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세계화의 과제로 삼는 행정쇄신이나 교육혁신과 규제완화등은 기존의 의식을헌가구 버리듯 하고 새것으로 들여놓자는 것과 다르지 않은 듯하다.그러나 우리는 버리는 일과 버리지 않아야할 일의 구별을 쉽게 못해 시련을겪는다. 지난해 일어났던 많은 사건사고는 천재지변에서 온것이 아니고 대부분 사람의 잘못에서 왔다. 겉만 꾸미고 속을 채우지않는 습성을 버렸더라면그 많은 인명의 희생은 애초부터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급속한 경제성장의부산물이라고 하지만 매사를 빨리하고 대충 끝내는 버릇이 다리붕괴와 가스폭발사고등으로 나타났다.

**버리지 못한 버릴것**

그리고 정작 버리지 말아야할 인간존중의 사상을 지켰던들 그렇게 사회윤리가 땅에 떨어지고 끔찍한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버릴것을 버리지 못하고 지킬것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인재이다. 새해들어서도 사건은 또 터졌다. 사관학교출신 육군중위가 총을 훔쳐 은행을 털러 들어갔다. 할말을 잃게하는 전대미문의 희한한 사건이다. 이런 혼란은 언제까지계속될 것인가.

말타면 종 두고 싶다고 한다. 수미산(수미산) 꼭대기는 보여도 욕심의 꼭대기는 보이지않고 욕심의 자루는 바닥이 없다고 한다. 과욕때문일까. 그러나버릴것은 버릴줄 알고 지킬것은 지켜야 한다. 경제성장의 덕으로 우리는 국민소득 1만달러시대를 바라보게 되었고 부동산투기를 막기 위한 실명제도 도입하게 됐다. 이 시점에 우리가 버려야 할것은 물질만능의 욕심이고 지켜야 할것은 인간존중의 믿음이다. 인간이 소외된 물질만능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인간존중을 두고는 어떤 가치도 그 우위에 있지 못한다.

**지킬것은 지켜야**

우리는 언제나 새로운 것을 찾는다. 개인과 사회의 발전도 사실은 이 그칠줄모르는 탐색의지에 의해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엄격한 의미의 새로운 것,하늘에서 금방 떨어진 새로운 것이 있을 수 있을까. 알게 모르게 우리 속에서 점진적으로 달라져 새롭게 나타났을 것이다. 그러므로 정보화사회가 온다고, {세계화}로 가야 한다고 허겁지겁 할것은 아니고 묵은 것이라고 모두 버려야 할 것도, 새로운 것이라고 모두 받아들일 것도 아니다. 버릴것과 지켜야할 것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 앞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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