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와 나라경제는 거의 상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요즘과 같은 호황기에 사상최대 규모의 4대 지방선거를 동시에 실시하는 것은 의외의충격파를 몰고올 가능성이 높다.재정경제원을 비롯한 주요 경제부처들이 최근 지방선거가 경제에 미칠 부작용을 우려하면서 대책마련에 비상이 걸린 것도 이 때문이다."경기확장세가 지속되는 때에 선거에 자금과 인력이 몰리면 가뜩이나 불안한인력수급에 커다란 차질을 빚고 현금통화 증발로 민간소비가 촉발돼 물가를자극하기라도 한다면 경제 전반의 안정기조가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후보자들이 유권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현실성없는 공약들을 남발해 부동산시장을 자극, 투기가 재연되기라도 한다면 경제에 '거품현상'이 나타나 심각한 부작용이 걱정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내경제는 지난 93년 1월을 바닥점으로 회복세에 접어든 후 예상보다 빠른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열없이 호황상태를 장기화시키고 세계경제 둔화 등 앞으로예상되는 외부적 요인을 극복, 단기간에 깊은 골로 급전직하하는 사태를 막는 것이 제1의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때문에 오는 6월의 4대 지방선거는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지속할수 있느냐의여부를 가름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우리경제는 내년에는총선, 97년에는 대선이라는 선거의 늪을 통과해야만 할 입장이다.재경원은 이와 관련, 최근 '선거의 경제적 영향'이라는 자료를 통해 80년 이후에 실시된 대선 2번과 총선 4번 등 6번의 선거에서 총통화, 민간소비, 수입은 당초 예상과 달리 큰 영향이 없었다고 분석했다.
물론 선거당시의 경기상황, 계절성, 정부의 대응노력 등 선거 이외의 다른요인까지 모두 고려한 분석은 아니라고 한다.
어쨌든 이 분석을 보면 현금통화는 선거자금의 현금화로 단기적으로 늘어났고 소비도 경기확장기인 81년 총선과 87년 대선때는 선거가 끝난 후에도 상당기간 지속됐다.
산업생산과 수출은 생산인력의 선거운동원 동원과 선거일 휴무 등의 영향으로 감소하는 현상을 보였으나 경기확장기에는 별 영향이 없었다. 또 영향이다소 있더라도 선거후에는 생산감소 보충을 위한 조업증대 등으로 회복되는추세를 보였다.
물가는 인플레 기대심리와 행정지도력 이완 등으로 선거전에는 서비스요금등의 주도로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면 당국의 통화증가 억제,품목별 행정지도 강화 등 물가안정시책에 따라 상당부분이 상쇄됐다. 다만87년 대선 때는 높은물가상승세가 선거후까지 이어져 이후 고물가시대를 선도한 꼴이 됐다.
재경원 관계자들은 그러나 "3개월 앞으로 다가온 4대 지방선거는 상황이 과거와는 판이하기 때문에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리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지방의회의원이 기초단체 4천5백45명, 광역단체 8백75명,자치단체장이 기초단체 2백36명, 광역단체 15명 등 선출인원이 모두 5천6백71명에 이르는 사상 최대규모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경쟁률이 기초와 광역의회는 각각 4대1, 기초와광역단체장 선거는 각각 5대1과 8대1이 될 것으로 예상, 후보자가 총 2만2천9백80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선거운동원은 법정인원만 따져도 지방의회 12만2천4백명,자치단체장 5만1천1백60명 등 17만3천5백60명에 달할 전망이다.
선관위의 예상경쟁률을 토대로 하면 4천1백22억원이라는 막대한 선거자금이풀리게 되지만 법정한도를 지키지 않는 후보들이 적지 않았던 과거의 예에비추어 실제 선거자금 규모는 이보다 훨씬 늘어날 전망이다.다만 통합선거법, 금융실명제, 부동산실명제 등 각종 개혁조치가 단행됐기때문에 선거과열에 따른 경제적 부작용을 완화시키는데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의 몇가지 특징적인 요소는 경제운용에 상당한 변수가 될것으로 경제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우선 이번 선거규모가 워낙 방대한데다 경기 회복기 내지 수축기에 치러진최근의 선거들과는 달리 이번 선거는 경기가 한참 활황을 달리고 있을 때 실시된다는 점이다. 선거시점도 12~4월에 주로 치러졌던 예년과 달리 산업활동이 왕성한 6월이어서 선거분위기가 과열되면 인플레 압박이 가중될 가능성이높다는 것이다.
또 지난 2월 실업률이 2·1%(계절변동조정치)로 완전고용이나 거의 다름없는상태여서 각 공단에서는 이미 일손을 구하느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터에 생산인력이 대거 선거운동원으로 차출될 경우 인력난이 가중되고 임금인상 압력이 거세져 경쟁력 약화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이다.뿐만 아니라 92년 총선때의 1천4백16억원에 비해 법정한도만 3배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선거자금도 문제다. 올 1·4분기에는 전년동기대비 4%대의 상승률로 비교적 안정세를 보였던 소비자물가를 자극할 복병이 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모처럼의 호황을 선거로 망치는 상황이 벌어지지않도록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들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선거과열을 막아 생산인력과 기업자금이 정치현장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하고 있다.이번 선거를 통해 출범하는 새로운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와 역할을 효율적으로 분담, 지방화시대를 맞아 주민들의 부담이 증대되지 않도록 경제적 측면의 역량을 배양하는 것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과거 물가가 오르거나 수출이 부진해도 모두 중앙정부의 책임으로 돌아갔으나 앞으로는 인플레, 고용상태, 수출증가율 등이 지역별로 비교되면서 책임소재도 각지자체로 좁혀진다. 과거 중앙정부의 보호 아래 안주하던 각 지자체가 경쟁대열속에서 독창성을 발휘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각 지자체가 과욕을 부려 국가 전체적으로 중복투자가 이뤄지고 재정난이 초래된다면 더 큰 문제가 아닐수 없다.
예컨대 우루과이라운드(UR) 이후 쌀농사가 희망없다고 해서 사과나무만 심는다든가, 자동차산업이 유망하다고 서로가 자동차공장을 세운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선진국처럼 우리나라에서도 파산하는 지자체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지방화시대가 곧 지역의 균형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오히려 지역간 불균형이 심한 상황에서 경쟁이 본격화되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때문에 앞으로도 중앙과 지방간 협력체제를 긴밀히 유지하면서 국세와 지방세간 세원조정등을 통해 재정자립도 격차를 메워나가야 한다는 지적들이다.아무튼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안고 치르는 이번 지방선거는 자치단체간의'제로섬'게임 보다는 유망기업유치 등에서 외국의 지자체와 다투는 '플러스섬'게임이 돼야 한다는 명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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