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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쌀 회담연기와 우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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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문제에 있어서 궁극적으로고통받는 쪽은 북한이다. 북측은 군사력만제외하고 생필품을 비롯하여 모든것이 모자라지만 우리는 그야말로 모든것이남아 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측은 손벌려 받아야 할 입장이지만 우리는 그손을 취사선택하여주는 입장이기 때문에 남북문제는 느긋하게 대처할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대북정책은 항상 무엇에 쫓긴듯 양보만 하다가 낭패를당하거나 주기만 하다가 뺨맞는 일을 부지기수로 당하고만 있다.10일부터 중국 북경에서 열리기로 되어 있던 제3차 남북당국자회담이 북측사정에 의해 무기연기됐다. 북측은 그 사정이 무엇인지 배경을 밝히지 않았다. 따라서 우리측 대표단은 확실한 영문도 모른채 출국을 포기하고 갑작스런 대응책을 논의하느라 부산을 떨고 있다.대북쌀지원 문제만해도 애초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였다. 북한은 심각한 식량난 타개를 위해 국제무역촉진위 이성록회장 일행이 일본의 와타나베미치오(도변미지웅)전외상을 비롯한 정계 중진들에게 곡물지원요청을 했다.북·일수교의 필요성을 느끼고있던 일본은 최선의 생색용 카드가 쌀지원이라고 판단, 지원의사를 밝혔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우리 정부는 쌀지원의선수를 일본에 뺏길것을 우려한 나머지 민족론을 앞세워 서둘러 쌀지원을 결정했을 뿐 아니라 김영삼대통령은 우리쌀이 없으면 외국쌀을 수입해서라도주겠다고 큰소리쳤다.

그러나 결과는 15만t의 쌀이 북한 부두에 쌓여지기 전에 3차회담은 결렬됐다. 다시 곱씹는 얘기가 되겠지만, 첫 쌀배 씨 아펙스호는 태극기를 강제 하강당하고 인공기를 게양해야 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참담한 패배는 대북정책의 원칙없음이 큰 이유였다. 그 다음이 우리 대북양보론자들의 무소신과 순진한발상에 곁들여진 나약한 추진력이 패배를 부추긴데일익을 했을 것 같다. 대북쌀지원문제도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가 결정했으면 오히려 더좋은 결과를 얻었을 것이다.

이번 북경회담은 우리도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성과보다는 무산쪽으로기울 공산이 컸었다. 왜냐하면 북측은 쌀이 목적이었고 우리는 민족공동발전을 위한 경협이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86우성호 선원송환문제와 안승운연목사의 납북및 고문익환목사 미망인 박용길장로의 구속문제가 회담의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남북3차당국자회담은 무기연기됐고 우리정부도 정부차원의 추가 쌀제공은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회담을 연기시킨것을 계기로정부는 확실한 원칙을 세운후에 의연히 대처해 주기를 바란다. 우선 우성호선원의 즉각 송환과 안목사의 자유의사 유무를 확인한 후의 송환등이 이뤄지지 않는 한 어떠한 지원도 계속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할것이다.

정부는 고통받는 쪽이 약자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승리의 확신을 갖고 의젓한 자세를 유지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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