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의 야당계를 이끌고 있는 '차도르속의 여걸' 베나지르 부토(44) 전 총리가 정부 재산 횡령 혐의로 최대의 정치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88년 35세의 나이로 이슬람권 최초의 여성총리가 되는 영광을 누린 그녀는 지난 93년 두번째 총리직에 올랐으나 지난해 11월 부정부패 혐의로 파루크 레가리 대통령에 의해 해임됐다. 지난 2월초 실시된 총선에서 실패한후 야당 파키스탄인민당(PPP)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그녀는 총리시절의 부정부패 혐의를 파헤치고 있는 정부조사단에 의해 정치생명이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부토와 그녀의 가족에 대한 부패조사를 책임지고 있는 사이프 우르 레만 상원의원은 지난 19일정부 재산을 착복한 부토를 체포, 법정에 세울 것을 나와즈 샤리프 총리에게 강력히 요청, 정가에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조사단의 발표에 따르면 부토는 30여개 스위스은행 계좌에 자신과 가족 명의로 최소한 정부공금 8천만달러(약 7백20억원)를 은닉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최근 스위스연방경찰국은 파키스탄정부의 요청에 따라 부토와 남편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명의로 돼있는 17개 은행 계좌(1천3백여만달러)를 동결한데 이어 다른 12개 계좌의 추가 동결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9개국에 15억달러의 재산을 은닉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부토는마약 거래로 돈을 벌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그러나 부토는 이같은 주장에 대해 '정치 음모'라고 반발하고 있다. 최근 동결된 스위스은행 계좌는 자신의 것이 아니며 부정하게 돈을 모으지도 않았다고 주장하는 그녀는 정부가 은행 계좌 자료 등 구체적인 증거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정부가 언론을 이용, 자신과 가족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악성 언론 재판'을 중지하도록 요구하는 탄원서를 지역기반이 두터운 신드주 고등법원에 제출해놓고 있다.
물론 파키스탄정부가 부토를 체포하거나 가택 출입 제한 등 법적 제재를 가하는데는 여러가지 정치적 상황이 고려될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가 일각에서는 파란많은 부토의 시대도끝나가는게 아닌가 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지난 93년 재집권이후 3년간 가중돼온 경제난과 남편을 포함한 친인척 비리, 야당인사 탄압 등으로 민심이 부토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다는 여론이 높기 때문이다. 또 93년 당시 부토의 반정부시위에 의해 부패혐의로 총리직에서 물러난뒤 올해 총리가 된 샤리프가 부토와의 오랜 권력투쟁에종지부를 찍을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다는 것이 정가의 분석이다.
〈金英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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