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야기 논리마당

"사기그릇 장수의 실수" 옛날, 어떤 마을에 사기 그릇을 파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욕심이 많았던 사기 그릇 장수는자기의 잘못으로 이가 빠진 그릇을 모른 척 팔았다가 나중에 물건을 교환하러 오는 사람들이 있으면 절대 바꾸어 주지 않았습니다.

"그릇의 이가 빠지는 건 내 잘못이 아니잖소? 당신이 물건을 사 가면서 이가 빠지게 할 수도 있잖소? 그러니 나는 물어 줄 수가 없소"

손님들은 할 수 없이 그냥 돌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사기 그릇 장수에게 속은 마을 사람들은 그 사기 그릇 장수에게 다시는 물건을 사지 않겠다고 별렀습니다.

"이상하다. 요즘은 왜 이렇게 장사가 안 되는 걸까? 내가 그릇을 안 바꿔 줘서 전부 물건을 사러오지 않는 건가?"

장사가 안 되는 걸 이상하게 생각한 사기 그릇 장수는 고민을 하면서 장터를 돌아다녔습니다. 한참 돌아다니다가 보니 장터 중간에 사람들이 몰려 무엇인가를 보고 있는 게 보였습니다."무슨 일로 이렇게 사람들이 몰려있는 거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사기 그릇 장수는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갔습니다. 거기에는 큰 글씨로이렇게 쓰여져 있었습니다.

'주인 대신 집을 관리해 줄 사람을 구합니다. 성실하고 몸이 약하지 않은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모두 수군거렸습니다.

"그러니까 튼튼한 사람을 구한다는 이야기군. 나는 몸이 별로 튼튼하지 않으니까 안 되겠구먼""아니지. 몸이 약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꼭 튼튼하다는 이야기하고는 다르지 않은가. 몸이 특별히약하지 않으면 된다는 이야기니까 자네처럼 아주 튼튼하지는 않아도 보통 정도만 되면 충분히 저일을 할 수 있을 거야"

옆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사기 그릇 장수는 무릎을 탁 쳤습니다.

'그렇지, 그러면 되겠구나!'

사기 그릇 장수는 그 길로 집으로 달려가 큰 종이에, '이제부터 이가 빠진 그릇을 안 바꿔 주는것은 아닙니다'라고 써서 가게 앞에 붙였습니다. 그것을 본 마을 사람들은 그제사 사기 그릇 장수가 마음을 고쳐 먹은 줄 알고 그릇을 사게 되었습니다. 며칠 후 그릇에 흠이 있다고 바꾸러 온사람이 있었습니다.

"자, 이 그릇은 이가 빠졌으니 다른 것으로 교환해 주시오"

"아니, 교환을 해 달라니요?"

"당신이 바꾸어 준다고 하지 않았소"

"안 바꿔 주는 건 아니라고 했지, 언제 바꾸어 준다고 했소?"

"이보시오, 사기 그릇 장수. 안 바꿔 주는 건 아니라는 말은 바꿔 준다는 말과 같지 않소? 그럼당신이 이야기하는 안 바꿔 주는 건 아니라는 말은 무슨 뜻이오?"

"그 그게, 안 바꿔 주는 건 아니라는 말은…"

반대되는 말과 모순되는 말은 서로 다릅니다. 예를 들어 '하늘'의 반대말은 '땅'이지만 모순되는말은 '하늘이 아닌 것'이 됩니다. 그러면 여러 가지가 되겠지요. 바람, 공기, 사람, 구름 등 하늘이아닌 전부가 하늘의 모순되는 말이 되는 것입니다. 사기 그릇 장수는 이 모순 관계와 반대 관계를 잘 몰랐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사기그릇 장수는 할 말이 없었습니다. 전에 장터에서 들었던 말처럼 논리정연한 이유를 댈 수가없었던 것이지요. 왜 그랬을까요?.

사기 그릇 장수는 시장에서 들은 말을 듣고 자기도 그것을 이용하여 장사를 하려고 했습니다.'몸이 약하지 않다'는 말을 잘 살펴보세요. '약하지 않다', '안 약하다'는 '약하다'의 반대말이 아닙니다. '약하다'의 반대말은 '강하다. 튼튼하다'이지요. '안 약하다'는 '약하다'의 모순되는 말입니다. 위에서 보았듯이 모순되는 말은 반대되는 말보다 훨씬 범위가 넓습니다. 그래서 '약하다'의모순되는 말인 '안 약하다'는 강하다, 튼튼하다 외에도 다른 여러가지 뜻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지요.

사기 그릇 장수는 이것을 자기의 장사에 이용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안 바꿔 준다'의 모순되는말을 찾으려고 '안 바꿔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안 바꿔 준다'는 말은반대되는 말과 모순되는 말이 같습니다. 예를 들어 '남자'라는 말을 봅시다. '남자'의 반대말은 '여자'이지요? 그럼 '남자'의 모순되는 말은 무엇일까요? '안 남자'라고 한다면 '안 남자'는 '여자'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반대되는 말과 모순되는 말이 같은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바꿔 준다'라는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대되는 말과 모순되는 말이 모두 '안 바꿔준다'이지요. 사기 그릇 장수는 그것을 몰랐기 때문에 엉뚱하게도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간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렇게 논리를 엉뚱한 곳에 이용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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