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르포] "안타까움에 발만 동동" 관광객도 주민도 눈시울 붉혔다

열차 사고지 인근 청도 마을 충격
작고 조용한 관광지 닥친 비극…구급·경찰차 몰리며 아수라장
수습 과정서 관계자 간 언쟁도
"생업 중 당한 사고, 가슴 아파 원인 밝혀 희생자 억울함 해소"

무궁화호 열차가 선로 인근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7명을 치는 사고가 발생한 19일 청도군 화양읍 삼신리 경부선 철로에서 경찰과 소방, 코레일 등 관계들이 사고가 난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무궁화호 열차가 선로 인근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7명을 치는 사고가 발생한 19일 청도군 화양읍 삼신리 경부선 철로에서 경찰과 소방, 코레일 등 관계들이 사고가 난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조용하던 마을에 갑자기 구급차와 헬기가 밀려들어 뭔가 큰 사고 났구나 직감했습니다."청도군 청도소싸움경기장 인근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는 정모(65) 씨는 사고 순간을 이렇게 기억했다. 평범한 여름 오전, 조용하던 마을은 순식간에 비극의 현장으로 변했다.

19일 오전 10시 50분쯤 경북 청도군 화양읍 삼신리. 동대구발 진주행 무궁화호 열차가 선로 인근에서 안전점검을 위해 이동하던 근로자 7명을 덮쳤다. 이 사고로 2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관광지 마을 인근에서 일어난 비극

사고 현장은 청도소싸움경기장을 중심으로 모텔과 펜션, 캠핑장이 몰려 있는 관광지 마을을 지나가는 철로다. 철로 주변엔 일반 주민과 관광객들이 접근할 수 없는 구조로 돼 있다.

사고 시각은 관광객들이 짐을 챙겨 퇴실하던 시간과 겹쳤다. 캠핑장을 나서던 대구 시민 김모 씨는 "역도 아닌데 열차가 갑자기 멈춰 서더니 사람들이 웅성거렸다"고 했다.

철도 바로 옆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박모 씨는 "퇴실 정리를 마치고 한 시간도 안 돼 사고가 터졌다. 돌아가신 분들이 다 같은 생업을 하던 분들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다"고 했다.

사고 직후 마을은 아수라장이 됐다. 좁은 도로로 구급차와 경찰차가 밀려들었고, 하늘엔 소방 헬기가 낮게 선회했다고 한다. 구조대원들이 들것을 들고 뛰어다니는 모습에 주민과 관광객은 멀찍이서 발만 동동 굴렀다.

하지만 수습 과정은 원활하지 않았다. 한낮의 무더위 속에서 교통 통제를 두고 경찰과 코레일 노조 관계자 사이 고성이 오갔다. 이를 본 인근 주민은 "사고도 충격인데 수습하는 사람들끼리 다투는 모습을 보니 더 한숨이 나왔다"고 했다.

◆희생자 애도 물결

사고로 숨진 이들은 구조물 안전점검을 맡아 현장으로 향하던 근로자들이었다. 주민들은 깊은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한 주민은 "젊은 사람들이 일하다 목숨을 잃었다니 너무 가슴 아프다. 가족들은 오죽하겠나"라고 했다. 또 다른 주민은 "늘 웃음소리로 가득하던 마을이 오늘은 무거운 침묵뿐이다. 희생된 분들이 억울하지 않게 원인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펜션 투숙객 한 명은 "여행 와서 이런 장면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아이들이 구조 장면을 직접 보고 충격을 받아 안타깝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사고 수습이 끝난 이날 오후 마을은 다시 고요해 졌지만, 사람들의 표정은 무거웠다. 관광객으로 북적이던 골목길은 적막만이 흘렀다. 구급차가 빠져나간 자리에는 경찰과 수습을 위한 관계자들 그리고 폴리스라인 처져 있었다.

주민들은 "마을은 늘 관광객들로 시끌벅적했는데, 오늘은 모두가 고개를 떨군 채 집으로 돌아갔다. 사고 소식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후 다시 울려 퍼진 열차의 경적 소리는 일상의 복귀가 아니라, 희생된 노동자들에 대한 애도와 마을에 남은 참혹한 기억을 되새기게 하는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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