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부조직 대수술 각 부처 표정

김대중(金大中)대통령당선자가 내년 2월 새정부 출범에 앞서 대대적인 정부조직개편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행정부는 잔뜩 긴장한 표정이다.

개편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관련 부처 공직자들은 'IMF 한파'로 인해 어느 정도'군살빼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은 했으나, 단순한 인력감축이 아닌 근본적인 혁신을 꾀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혀지는듯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문민정권 출범이후에도 전통적인 권부의 상징으로 존속해왔던 청와대와 안기부의 고위직 관리들은 헌정사상 첫 여야 정권교체와 권력무상을 실감하는 모습이다.

▨청와대=수석비서관급 이상의 고위직 인사들은 때가 되면 청와대를 떠나는 것으로 오래전부터 마음을 먹고 있었기 때문에 그다지 동요의 빛은 보이지 않고 있다.그러나 비서관과 행정관 급에서는 매우 불안한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청와대비서실의 기능과 역할이 대폭 축소될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에 잔류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희박하고, 또한 정부조직개편이 단행될 경우 자칫 원대복귀할 자리가 없어질 우려도 없지않다.

이들중 일부는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탈당은 했지만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가 당선되면 어느 정도 '구제'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던 것이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전혀 달라졌다. 지난 93년 김대통령의 청와대 입성때 함께들어온 민주계 인사들도 그렇고, 그 이전부터 청와대에서 일해왔던 인사들도 더이상 남아 있기가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정무직의 경우에는 바깥의 자리를 얻어서 나가는 일이 여간 어렵지 않아 이래저래 마음을 졸이고 있는 형편이다.

▨안기부=김당선자의 집권으로 조직개편과 인사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부처로지목되고 있다. 지난 35년 동안 김당선자와 '악연'을 맺어 왔을 뿐 아니라 탈냉전이후 주요 선진국 국가정보기관의 '변신'을 감안할때도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는판단이 지배적이다.

한 관계자는 "현재 안기부는 겉으로는 차분한 분위기"라며 "그러나 어차피 변화가있지 않겠느냐는 공감대와 함께 불안감이 깔려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대체로 실장급 이상 고위직 인사들은 상당히 불안해 하고 있는 반면,중하위직에서는 법률적으로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이기 때문에 괜찮지 않겠느냐는입장을 취하는등 서로 엇갈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기부는 앞으로 김당선자가 인사교체는 하더라도 조직은 크게 손을 대지 못할것으로 조심스럽게 관측하고 있다.

다른 관계자는 "이미 안기부의 모든 기능이 대공(對共)과 해외부문으로 집중돼 있고,국내 부문은 몇명되지 않는다"며 "김차기대통령도 직접 들어와 보면 조직은 그다지 손댈 곳이 많지 않음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총리실=재정경제원 예산실 이관, 금융감독위원회 설치, 총무처의 관리기능 및 공보처 공보기능 이관 등을 골자로한 총리실 강화방안에 대한 총리실측의 반응은 한마디로 '기대 반, 걱정 반'이다.

한 관계자는 "여러 기능이 총리실로 옮겨오는데 대해 총리실이 명실상부한 국정의중심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며 "그러나 우리나라 체제에서 아직 총리가 어떤 위상을 가질지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같은 개편안은 마치 '총리실로옮겨가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식의 접근인 것 같아 다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다른 관계자는 "공보처 공보기능까지 총리실로 오면 업무가 갑자기 버거워진다"며"문화체육부를 과거 문화공보부로 환원해 공보기능을 합치는게 원칙이라고 본다"고말했다.

▨총무처·공보=총무처는 그동안 정부 안팎으로부터 줄곧 비경제부처 조직개편 대상으로 거론돼온데다, 본연의 관리 업무는 어느 조직에서나 축소되는 추세여서 어떤식으로든 메스가 가해지지 않겠냐는 분위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총무처 일부조직이 공무원 인사관리를 전담하는 중앙인사위원회로 분리되고, 나머지 조직은 총리실 산하로 들어가는 방안에 관해 총무처 관계자들은 대부분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공보처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공보처 폐지를 명백한 공약사항으로 내걸었기 때문에 독립부처로 계속 존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분위기가 매우 침체돼있다.

더욱이 공보처가 총리실 산하 공보실 형태로 될 것이라는 보도가 계속되면서 아예체념에 가까운 기류가 흐르고 있다.

그러나 공보처 공무원들은 IMF관리체제라는 국가적인 위기상황을 맞아 대외신인도제고등 국가홍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는 논리를 제시하면서 총리실의공보관실 형태로 기능이 축소되는 것은 잘못이라고 항변했다.

▨통일원=김당선자가 TV합동토론회 등에서 통일원의 '위상강화'를 언급했다는점에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김당선자가 자타가 공인하는 '통일전문가'인데다 식견도 깊어 통일원을 축소하지 않고 오히려 강화할 것이란 견해가 통일원내에서는 지배적 이다.

특히 통일원은 김당선자가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필요하다면 남북정상회담도제안할 것"이라고 언급한데 대해 앞으로 남북관계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통일원 관계자는 "현재 남북관계를 생각할 때 통일원의 역할은 매우 크다"면서 "앞으로 통일원은 명실공히 대북정책을 세우고, 남북관계를 관장하는 부서로 실질적인역할이 주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원은 그러나 국민회의측 일각에서 통일원과 외무부를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에대해서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무부=김당선자가 '외교대통령'을 표방함에 따라 외무부의 안보·통상외교 기능또한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개편대상에 명시적으로 포함돼있지는 않지만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있는 '통상투자대표부' 설치 방안에 대해서는 반대입장을 분명히하고 있다.

외무부는 대신 '외교통상부'를 신설해 통산부의 통상교섭기능과 외무부의 통상기능을 통합하는 방안을 건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교섭이 외교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고, 실제로 재외공관을 통해 실현될 수밖에없기 때문에 미국의 통상대표부(USTR)과 같은 형식보다는 외교와 통상기능을 통합하는 추세로 가고 있는 국제적 추세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안보외교기능의 조정과 관련해 통일원이 독일의 내독성처럼 남북한간 교류와협력문제만을 전담하고 대신 북한문제나 통일외교에 대한 외무부의 기능을 강화할필요가 있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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