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뚝이 근로자들 회사주인 됐다

실직의 벼랑 끝에 몰린 근로자들이 부도난 회사를 물려받아 이를 성공적으로 재기시킨 이른바 '근로자대표체제' 회사들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근로자들은 부도난 기존 회사로부터 밀린 임금,퇴직금 대신 거래선, 기자재 등을 넘겨받은 뒤 법인을 신설해 회사를 꾸려나가고 있다.이들 회사는 축적된 기술, 원자재와 설비, 직원들의 강한 주인의식 등 유리한 점을 고루 갖춰 단기간에 정상궤도에 올라서고 있다. 게다가 대량실직을 막고 기존 거래업체나 하청업체들의 피해를 최소화해 연쇄 부도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 경제에도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바위를 깨는 유압브레이커 생산업체인 대구 달서구 성서공단내 동서정공은 지난해 12월 부도난뒤 약 2개월만에 우석정공으로 이름을 바꿔 근로자들이 인수했다. 인수 당시 근로자들은 공장 마당에 간이 컨테이너 사무실을 마련한 뒤 무작정 조업을 재개했고, 동서정공 시절 기술력을 인정한 거래업체와 원자재 납품업체들이 채권 확보를 연기하며 회사 정상화를 도왔다.우석정공 석상태 과장(35)은 "지난달 최대 거래업체 관계자가 찾아와 5월말까지 유압브레이커 80대분 9억원 상당의 납품을 약속했다"며 "근로자들의 노력과 거래선 유지, 채권자들의 양보 등 3박자가 맞아떨어져 회사를 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성서공단내 동서물산도 근로자들의 손에 기사회생한 경우. 지난해 11월 부도나기 전만해도 국내쌀통시장의 20%를 차지하고 연간 매출액 40여억원을 자랑하는 탄탄한 중소기업이었다. 부도 직후 근로자들은 대표단을 꾸려 임금 30%를 반납하고 본격적인 회사살리기에 나서 정상화가 눈 앞이다.

간판도 없는 나염업체로 연대보증을 섰던 원청업체 부도 탓에 힘없이 쓰러졌던 서구 염색공단내기주산업도 근로자들의 힘으로 다시 일어서 뛰고 있다. 부도난 뒤 흩어졌던 근로자들이 하나 둘씩 모여 기계를 돌리기 시작했고, 전무를 사장으로 추대해 구심점을 이루고 있다. 빚도 갚았고 이젠 근로자들이 공장을 아예 인수할 계획이다.

이밖에 대구 서구 염색공단내 동광산업, 서대구공단내 동양어패럴, 부광직물, 성서공단내 삼흥섬유, 금성염직 등 각 공단마다 2~3개 업체들이 근로자 주인을 새로 맞아 제2의 힘찬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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