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즉석 질의.응답 국정 새바람

새정부 출범후 첫 대통령 정부부처 순시가 꼭 한달만에 종료됐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지난 3월 17일 통일부, 외교통상부를 시작으로 4월 17일 문화관광부, 정보통신부를 끝으로 17개부처 순시를 모두 마쳤다. 김대통령은 야당정치인에서 국정최고책임자로 변신한 이후 처음으로 전반적인국정업무 파악을 마친 셈이다.

이번 부처 순시는 이전에 비해 다소 파격적이었다. 업무 보고시간은 1시간가량 진행되었지만 장관의 업무보고를 20분가량으로 짧게 줄인 대신 즉석에서 지시를 내리고 실무국장들과의 질의, 응답방식이 이뤄졌다.

박지원(朴智元)대변인은 "새로운 스타일의 좋은 출발"이었다고 평했다. 그는 "정부보고가 잘하고 있다는 내용보다 문제점이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등 보고태도가 진지해졌다"고말했다.

그는 "또 대통령이 사전 말씀자료가 없이 현장에서 대책을 묻는 바람에 공무원들도 상당히 공부하며 준비했다"면서 "게다가 방송을 통해 공무원들과 국민들에게 소개되면서 국정흐름을 이해하는데 보탬이 됐다"고 덧붙였다.

김대통령이 자신의 관심분야와 관계된 각 부처의 순시에서는 자신감에 넘쳤다. 통일부 순시때는대통령의 통일논리 강연장이 되다시피 했다. 법무부 순시때는 검찰을 호되게 질책했다. 과거의 표적사정 수사와 정경유착을 끊지 못한 책임을 나무랐고 자신의 감옥생활을 소개하면서 교도행정에신랄한 질문도 많이 펼쳤다.

지역출신인 이정무(李廷武)건설교통부장관은 대통령의 예고없는 질문에 구체적인 수치까지 들면서 거침없이 답변해서 대통령으로부터 말미에 "건설부는 유능한 장관을 만나서 잘 될 것이다"는 격려까지 들었다. 박지원청와대대변인도 "똑 소리가 났다"며 후한 점수를 주었다.최재욱(崔在旭)환경부장관도 정치출신인 탓인지 압박형. 최장관은 보고직전에 대통령에게 "IMF때문에 환경부는 소수야당처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처지"라면서 "대통령이 도와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고 으름장을 놓아 파안대소했다는 것.

다만 대통령이 순시를 하면서 각 부처마다 다 "중요한 부서"라고 말하는 통에 자칫 전략적 방향 설정에 혼선이 올 수도 있는데다 당초 기대했던 자유토론은 사실 불가능했다는 게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각 부처의 건의사항도 대체적으로 부처이기주의의 단면을 보여주는데 그쳤다. 〈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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