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백년전 중국어 회화교재 '노걸대'

4백년전 중국어 회화교재 '노걸대'(老乞大)의 원본이 대구에서 발견됐다.

'노걸대'는 '박통사'(朴通事)와 함께 고려말부터 조선후기까지 우리나라 통역관들이 중국어를 학습하기 위해 사용한 회화교재. 조선 중종 이후 여러차례 한글 번역본이 나왔으나 원나라 원본이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원본 '노걸대'는 원나라 당시 북경말로 기재돼 있으며 글자체등을 고려할 때 고려말 충숙왕 또는공민왕때 편찬된 원본을 토대로 조선 초에 간행된 것으로 짐작된다.

개인소장자료를 발견, 서지학회에 보고한 경북대 문헌정보학과 남권희교수는 "서지학적으로 유일한 자료이자 원나라 당시 화폐나 경제활동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했다.크기가 가로 18.8cm, 세로 31cm이며 모두 40쪽에 인쇄상태가 양호한 편으로 겉표지에는 작은 국화문 모양의 무늬가 그려져 있다.

내용은 고려상인 3명이 말과 인삼, 모시를 팔러 북경으로 가다 만난 중국 상인과 함께 여행하면서 일어난 일을 회화체로 엮은 것. '어디서 왔습니까?/고려 왕경(王京·개성)에서 왔습니다/어디로 갑니까?/북경으로 갑니다'. 요즘 회화교재와 흡사한 대화체를 담고 있다.

'노걸대'의 의미는 '큰거란(대중국)'이란 뜻으로 '중국어 회화교재'로 고유명사화된 단어다. '박통사'가 관리들의 회화교재라면 '노걸대'는 일반 상인들의 말을 배울수 있는 교재다. 조선 개국후중국과의 활발한 교역에 대한 필요성 때문에 1390년대 집중적으로 편찬됐다.

원본 '노걸대'가 발굴됨으로 우리나라 통역관 양성제도 연구 뿐 아니라 사료의 절대적 빈곤으로곤란을 겪던 고려시대 사회경제 및 대외경제교류사 연구에도 획기적인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책에 대한 어학적 측면의 고찰 결과가 오는 17일-19일 서울 올림픽파크호텔에서 열리는 제25회 국어학회 공동연구회에서 발표된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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