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논단-서덕규(대구은행장)

IMF체제로 접어든지 어언 한 해가 지나갔다. 지난 1년 동안 우리 경제는 당초의 예상을 훨씬 웃도는 극심한 충격으로 각 부문에 걸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연평균 8%대에 이르던 경제성장률이 단숨에 5~6%의 마이너스 성장으로 곤두박질쳤는가 하면, 선진국으로 들어가는 관문인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선이 91년도 수준인 6천달러대로 내려앉았다.

이처럼 국내경제가 바닥을 가늠키 어려운 불황국면으로 치닫는 가운데, 구조적으로 취약한 지역경제에도 깊은 주름살을 가져다 주었다.

내수와 수출이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섬유, 건설, 유통 등 지역 주종산업의 대표적인 중견기업들이 대부분 법정관리나 화의, 워크아웃 대상으로 편입되는 한편 1천7백개가 넘는 중소기업들이 연쇄적으로 문을 닫기에 이르렀다.

잇따른 기업부도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이 불어나는 가운데 때마침 막을 올린 금융 구조조정의거센 파고는 은행과 종금사를 비롯한 지역 금융기관을 침몰시키고 급기야는 실물경제에 자금을원활하게 공급해야 할 금융기관의 자금중개기능을 크게 약화시켰다.

사실 여태껏 금융기관들은 감독당국이 제시한 기준에 맞추기 위해 존망을 걸고 자산건전성과BIS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데 골몰해왔다.

그러나 기업과 금융권 구조조정이 일단락되어 감에 따라 이제 다소 여유를 가지고 어려운 지역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

일부 금융기관들이 시장에서 퇴출되고 감독당국으로부터 경영상의 조치를 받는 가운데서도 대구은행은 지역사회 전체가 보내준 한결같은 성원에 힘입어 증자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감독당국의 은행 경영평가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음으로써 이제 유일한 지역은행으로서 독자 생존을 위한기반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다행스럽게도 최근들어 환율이 안정세를 나타내고 국내외 금리도 내림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지역의 부도업체수도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더욱이 경기가 조만간 바닥을 치고 회복국면으로돌아설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낙관론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어 어려움속에서도 일말의 기대감을갖게 한다.

흔히 위기속에서 기회가 찾아온다고 한다. 지금 우리 지역경제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지역 기업과 금융기관의 체질과 경쟁력을 다지는 계기로 삼는 한편 지역 경제 주체들의 목소리와 힘을 하나로 모아 나간다면 새로운 도약과 회생을 앞당기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특히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돼가는 글로벌경쟁시대를 맞아 이제 지역 기업과 금융기관들도회계제도를 비롯한 제반 경영시스템을 세계기준에 맞게 선진화해 나가는 동시에 진취적이고 투명하며 개방된 자세와 관행을 지역사회에 뿌리내리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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