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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파동... 전국차장.수석검사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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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검사들의 집단행동이라는 사상초유의 사태속에서 2일 오후 3시 대검찰청 15층 대회의실에서열린 '전국 차장검사및 수석검사 회의'는 당초 격론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한풀 꺾인분위기속에서 진행됐다.

회의에는 검찰사상 처음으로 평검사 대표 59명이 참석했으며, 지검차장 21명과 대검과장및 연구관 20여명까지 포함해 모두 100여명이 회의장을 메웠다.

그러나 당초 '건의문'파동을 주도한 평검사들은 의견개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데다 발언수위도 '건의문' 수준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박상천(朴相千)법무부장관이 이날 '검찰총장 사퇴불가'입장을 분명히 한데다 이원성(李源性) 대검차장과 법무부 검찰국 소속 과장들이 회의를 시종 참관한 것도 회의 분위기를 위축시킨 요인으로지적되고 있다.

이날 회의 초반 이 대검차장은 "어떤 의견이라도 허심탄회하게 얘기해달라"고 주문했으나 한동안어색한 분위기속에서 용기를 가지고 선뜻 발언에 나서려는 사람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이에 이 대검차장은 지검 차장검사급 이상 간부들을 전원 회의장밖으로 내보내고 " 자, 옷을 벗고 본격적으로 얘기해봅시다"며 발언을 '강권'하다시피했으며 직접 평검사들을 지목하고 나서야의견이 쏟아지기 시작했다는 후문이다.

평검사들은 그러나 당초 서명파문의 핵심인 △검찰수뇌부 거취표명 △정치중립성 확보 문제를직접 거론하기 보다는 대전 법조비리 수사결과에 대한 불만과 원망을 표시하면서 우회적으로 언급했다면서 "대선배인 이 대검차장을 직접 대면한 상황에서 예의를 갖추려는 것이 아니었겠느냐"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모지검 형사부 수석검사는 "검찰간부들중 누구도 떡값이나 전별금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수뇌부가 여론의 눈치를 보고 부하검사들에게 사표를 쓰라고 한 것은 너무 가혹한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반면 일부 검사들은 "국민들이 검사에게 기대하는 청렴의 기준이 이토록 높다는걸 비로소 알게됐다"며 "앞으로 어떤 형태로든 금품을 받지 않겠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참석자들중 서울지검의 한 평검사는 '건의문' 내용을 소개하면서 "이번 사태를 매듭짓고 조직이안정된 이후에 수뇌부의 용기있는 결단이 필요하다"며 검찰수뇌부의 거취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정치적 중립성 확보 문제에 관해서도 의견이 일부 대두되기는 했으나 "검찰이 앞으로 '정치검찰'이라는 이름을 듣지 않도록 앞으로 검찰권 행사에 오해가 없도록 해야한다"는 정도의 원론적 수준에 그쳤다고 참석자가 전했다.

일부 검사들은 서명파문이 언론에 의해 과대포장됐다면서 오히려 언론에 화살을 돌렸으며 서울,부산, 인천지검 평검사 대표들이 이를 해명하는 자리도 가졌던 것으로 전해졌다.검찰수뇌부는 이날 회의가 일선검사들과의 '언로(言路)'를 텄다는데 상당한 의의를 두었으나 검찰주변에서는 사상 처음 평검사들을 소집한 회의가 아무런 '결실'을 내놓지 못한채 단지 '서명파문'을 서둘러 진압하기 위한 목적으로 열린 것이라면 오히려 더 큰 후유증을 낳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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