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혼용이냐 한글전용이냐는 문제는 반세기동안 이어온 첨예한 논쟁거리다.
이번 '한자병용' 사태만 보더라도 이 논쟁의 재판처럼 학계간, 신구세대간 뚜렷이 갈리는 양상을보였다.
심지어 한글전용 신문과 한자를 병기하는 신문간에도 치열한 찬반양론을 펼치고 있다.문제는 한자병용 방안이 '혼용'과 '전용'을 주장하는 찬반양론자의 향후 정부정책에 대한 우려로증폭되면서 본질과는 거리가 멀게 극단적인 대립상태로 치달은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첨예한 문제를 다루는 정부의 솜씨가 전혀 세련되지 못해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
도로표지판만 하더라도 반대자들에게 비난하기 좋은 소재를 제공했다.
"영어만으로 충분한데 무슨 한자냐"
"12억 중국인중 60%가 문맹이고 또 우리 한자와는 다른 간자체를 쓰고 있다"
"우리보다 관광객이 많은 태국에도 도로표지판에 한자가 쓰이지 않는다"
"IMF시대에 도로표지판을 다 바꾸다니 낭비다".
컴퓨터 통신에는 정부의 도로표지판 한자 병기(倂記) 방침을 두고 '정책의 넌센스'라고 질타하는네티즌들의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이미 관광지의 안내문에는 대부분 한자를 병기하고 있어 도로표지판의 병기문제는 적시할 필요조차 없는 것이었다.
한글날을 국경일로 부활하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잇따랐지만 이같은 비난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역순이었으면 나았을 것이란 느낌이다.
반세기를 끌고온 논쟁임에도 한자·한글 병용에 대한 사회적, 문화적 파장을 염두에 두지 못한정부의 섣부른 이번 방침발표는 '준비된 정권'의 '준비되지 못한 정책'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는 것이 학계·시민들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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