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장관질책 안팎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모처럼 격노했다. 22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연금제도의 확대실시를 위한 사전 대비소홀의 책임을 물어 김모임(金慕妊)보건복지부장관을 강하게 질책한데 이어 농협 대출비리문제와 관련 김성훈(金成勳)농림부장관에게도 꾸중을 했던 것이다.

김대통령이 이처럼 화를 낸 것은 취임이후 드물다. 그래서 정가에서는 사회분야 장관에 대한 일부 교체가능성이 나오면서 개각설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청와대 주변에서는 다음달 하순 소폭내지 중폭규모의 개각을 관측하고 있다.

김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장관들을 질책하면서 관료주의의 병폐도 아울러 지적했다. 국민회의에서 제기하기 시작한 관료주의와의 전쟁과 맥을 같이 한 것이다.

김대통령은 김보건복지부장관에게 "사전 대비가 없고 사리판단을 제대로 못해 선정(善政)중의 선정인 국민연금제도에 대해 국민이 집중적인 비난을 가하고 있다"며 "장관은 마땅히 국무회의에 보고를 해 실정을 알리고 의견을 구해야 했다"며 국무회의의 요식절차에 대해서도 심하게 나무랐다.

또"국민연금공단은 국민을 찾아가는 서비스를 하지 않고 앉아서 보고를 기다리는 과거 권위주의적 태도를 보였다"고 관계자 문책을 지시했다.

김농림부장관에게도 농협 대출비리 등에 대한 감사보고서 내용을 제시하며"농협내부의 부조리와 비능률이 너무 많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며 원인 분석과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도록 지시했다.

김대통령은 이어 장관들에게 임시국회에서의 야당공세에 대한 적절한 대응 그리고 국민에 대한 국정홍보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김보건복지부장관을 따로 불러 "열심히 해 달라"며 격려도 아끼지 않아 따가운 국민시각을 의식하고 임시국회를 앞둔 외부용 질책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는 자파장관인 김보건복지부장관이 "할 바를 다했다"며 두둔했다. 〈李憲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