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하얀 손수건의 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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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국시대 월(越)나라의 서시(西施)는 절세의 가인이었다.

백옥같은 얼굴과 붉은 입술, 그리고 눈 아래 까만 점 하나…. 화용월태가 따로 없었다.

더구나 그녀가 아미를 살짝 찡그리고 수심어린 표정을 지을때는 천하의 영웅호걸이 모두 넋을 잃었다.

그런데 일이 이쯤되자 중국 천지에 난리가 났다. 추녀를 포함한 천하의 뭇 여성들이 모두 검은 점을 하나씩 찍고 살짝 살짝 찡그리는 통에 남정네들이 기절초풍 했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

요즘으로 치면 '서시루크(Look)'쯤으로 비유될 유행이 휩쓸었던 모양이다. 2500년이 지나 인심도 바뀌고 산천도 바뀐 요즘이지만 신기한 것을 좇는 인간의 유행심리만은 변하지 않는 것일까.

김태정(金泰政) 검찰총장이 대전법조비리사건 수사발표때 발표문을 읽으며 사용했던 흰 손수건이 한창 시중에서 유행을 타고 있다한다.

서슬퍼런 검찰총장이 흰 손수건으로 눈시울을 적시는 '희귀한'모습에 이끌렸다는 것인지, 아니면 심재륜 전대구고검장의 항변에 매력을 느껴 유행을 타게 된 것인지 모르지만 아무튼 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유행이란 어차피 새롭고 신기한 일들에서 시작되는게 아닐까. 그래서 준엄한 검찰총장이 공식석상에서 눈물짓는 '희귀한'현상이 흰손수건이란 매체를 통해 유행의 물결을 탄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더구나 심재륜 전대구고검장이 물러나면서 "아무때나 눈물을 흘리는 것이 아니다"라고 꼬집은 것과 관련, '흰 손수건 유행'에는 '그렇게 가슴아프면 눈물만 흘릴게 아니라 물러나면 될 것 아닌가'라는 질책의 마음도 포함된게 아닐까.

어쨌든 시도 때도 없이 찡그리던 월나라의 추녀들이나 다분히 정치성 짙은(?) 흰손수건에 말려드는 요즘의 유행이나 간에 뭔가 맹목적이고 약간은 치기스런 것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웃음을 머금게도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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