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영화들이 가위질 당한채 개봉됐다. 폭력, 외설 또는 반체제적이란 이유에서다. 또 수입사들의 자기검열, 영화관의 상영시간조절등으로 인해 부분적으로 안 잘린 영화를 찾는 것이 더 어려운 것이 우리 현실. 영화를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 보지 않았기에 감독의 의도나 내용의 흐름을 차단하는 경우가 많다.
21세기는 문화, 특히 영상문화에 대한 비중이 큰 시대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같은 가위질은 국민의 창의력과 의식을 규제하고 나아가 우리 영화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요소이다.
가위질 당한 영화를 원본과 대조하면서, 왜 잘렸으며 잘린 부분이 무엇인지를 분석, 영화의 원래 의미를 되살리는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흥행귀재 제임스 카메론의 '터미네이터2'는 미래사회에 대한 어두운 전망, 특히 미지에 대한 '두려움'이 잘 드러난 SF영화다.
기계인간의 과거여행이란 기막힌 상상력에 놀라운 시각효과, 치밀한 구성, 무엇보다 뛰어난 특수효과는 관객을 객석에서 꼼짝달싹 못하게 했다. 자유자재로 변하는 액체금속 신형 터미네이터 T1000은 특수효과의 차원을 넘어 SF영화 제작의 기존 관념을 흔들어놓는 사건이었다.
이 영화의 오리지널 원판 러닝타임은 2시간 17분. 국내에 출시된 비디오는 2시간 14분, 개봉된 영화는 2시간 12분 남짓. 어떤 부분이 잘려나간 것일까?
영화의 중반, 사라 코너(린다 해밀턴)의 꿈속에 나타난 핵폭발 장면에서 많은 부분이 삭제됐다. 핵폭발은 극을 관통하는 인류종말의 근거다. 인간의 독선과 오만이 빚어낸 과학적 재앙이며 '불의 심판'. 그래서 제임스 카메론은 핵폭발의 가공스러움에 세심한 신경을 썼다.
사라 코너가 놀이터에서 또다른 자기와 아들 존 코너를 보고 외치는 순간 핵폭발이 일어난다. 놀이터의 아이들은 새카만 숯덩이가 되고 사라도 불덩이가 된다. 뒤이어 일어난 핵폭풍은 아이들을 산산조각내고 놀이터 철망을 잡고 있던 사라의 몸도 터지면서 앙상한 해골로 변한다.
이 장면은 오프닝의 불타는 놀이터와 연결된다. 아이들의 몸이 가루로 변해버린 것이 비교육적이고, 잔인하다고 느꼈던 것일까. 우리의 공륜은 삭제를 명령했고, 관객들은 제임스 카메론이 의도했던 가공할 미래의 재난은 볼 수 없었다. 그래서 '터미네이터2'는 감독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보다 '잘 빠진 SF영화'로 남고 말았다특히 '터미네이터2'는 세심하게도(?) 컷단위의 가위질이 많았다. T101(아놀드 슈왈츠네거)이 인조인간임을 증명하기 위해 칼로 피부를 도려내 기계팔을 보여주는 장면, T1000이 정신병원 경비원의 눈을 찌르는 장면, 존 코너(에드워드 펄롱)의 계모로 변해 의부의 입속에 칼을 박는 장면 등이 잘려나갔다. 또 마지막 격투에서 T101이 철강공장의 거대한 기계에 찍히는 장면도 잔인하다는 이유로 가위질당했다.
사라 코너가 정신병원을 탈출하면서 남자직원을 무자비하게 난타하는 장면이 있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심해 의아했던 장면. 그러나 감독판 필름에는 이에 대한 설명이 있다. 사라 코너도 이 남자에게 묶여 몽둥이로 두들겨 맞았고 거기에 대한 보복이었던 것.
또 T101의 총에 맞은 T1000이 다시 재생되지 못하고 용광로속으로 떨어지는 것도 이상했던 부분이다. 그러나 원판에는 액화질소를 뒤집어 쓰고 산산조각났던 T1000이 재생된 후 상태가 손상됐음을 암시하는 장면이 있다. 다른 물건에 손이 닿으면 손의 색깔이 변했던 것이다.
참고로 '터미네이터' 1편도 많이 잘렸다. 특히 미래에서 온 인간 마이클 빈이 사라 코너와 섹스하는 장면이 삭제됐다. 린다 해밀턴의 가슴이 통째 드러나는, SF영화치곤 과다노출됐던 부분. 그러나 둘의 정사는 사라의 임신으로, 그리고 존 코너의 출생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모티브. 국내 개봉에선 키스만 하고는 바로 다른 장면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극장문을 나서는 관객이 이랬다. "아, 키스만 해도 임신이 되는 구나"
'잘림의 시대'에 살던 사람들의 웃지 못할 촌극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한두번이었나?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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