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선비들은 그저 점잖기만 했을까.얼른 생각하면 이들이 빳빳한 수염을 쓰다듬으며 글이나 읽었을 것같으나 사실은 그렇지도 않았다. 웃음 한번 짓지 않는 근엄함을 잠시 버리고 외설스러운 우스갯소리로 박장대소하기도 했다.
한양대 윤석산 교수가 편역한 송세림(宋世琳·1479-?)의 '어면순(禦眠楯)'(문학세계사 펴냄)이 그중 하나. '어면순'이란 '밀려오는 잠을 막는 방패'라는 뜻으로, 이 책은 점잖지 못한 이야기를 모아 기록한 소화집(笑話集)이다.
여기에는 모두 82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대부분이 남녀의 성적 상징을 과감하게 드러낸 외설이자 육담이다.
송세림은 문과에 장원으로 급제할 만큼 문장이 뛰어났던 인물. 엄격한 유교사회인 조선조에 소화집을 낸 사람은 비단 송세림뿐이 아니었다. 대학자 서거정은 입에담기 힘든 이야기를 모은 '태평한화골계전(太平閑話滑稽傳)'을 냈고, 문신 강희맹(姜希孟)도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를 담은 '촌담해이'를 남겼다.
이번에 처음으로 완역된 '어면순'은 지은이가 벼슬을 하지 않고 고향에서 만년을 보내며 수집한 이야기를 기록한 책이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인간 본성인 성을 주제로 한 것으로, 특히 양반이 집에서 부리는 계집종과 사통하는 이야기가 많다.그런가 하면 남녀의 성기를 의인화해 현학적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성을 노골화시켰지만 그렇다고 전혀 천박하지 않다. 유방을 쌍령(雙嶺), 배를유선곶(遊船串), 여성성기를 옥문산(玉門山)이라는 상징어로 표현한 것처럼 은유적인 게 많아 생각할수록 웃음이 새어나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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