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英작가 바이어트 '바벨탑'번역출간

영국의 여성작가 A.S.바이어트(63)가 지난 96년에 발표해 유럽문학계에 화제를 몰고 온 대작 '바벨탑'(현대문학사 펴냄·전 3권·사진)이 국내 번역 출간됐다.

바이어트는 부커상 수상작 '소유'(90년)로 국내에 처음 알려진 작가지만 유럽에서는 움베르토 에코에 비견될만큼 유명한 작가이자 비평가.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 영미문학교수로 재직하다 83년 전업작가로 나선 그는 영문학의 고전과 유럽역사, 사상사등을 작품속에 용해시켜 형상화해 내는 등 지적이고 선이 굵은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대표작으로 평가되는 '바벨탑'은 여주인공 프레데리카의 주변인물과의 갈등을 시대상황과 절묘하게 접합한 소설로 60년대 영국사회를 재현해내고 있다. 당시 영국은 해럴드 윌슨의 노동당 정권출범과 채털리부인의 소송사건, 프로퓨모 스캔들 등으로 시끄러웠던 시기로 작가는 당시 세인들의 관심을 모았던 문제들을 소설로 형상화하고 있다. 이 소설에는 또 다른 소설이 들어있다. 중간중간 삽입되는 소설속의 소설로 주드 메이슨의 '배블탑'이 그것. 프랑스 혁명시대를 무대로 한 이 소설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혁명의 소용돌이를 피해 도피처에서 세운 이상사회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하지만 이 이상사회는 새로운 공동체, 새로운 인간관계는 자유로운 성의식과 성행위가 중심에 놓여 있다.

'이렇게 시작해볼 수도 있겠다'로 시작되는 이 소설에는 두 가지 소송사건이 펼쳐진다. 독립적이고 이지적인 여성 프레데리카가 폭압적인 남편의 굴레에서 벗어나 작가로 홀로서기를 시작하면서 빚어지는 이혼소송과 다분히 외설적인 소설인 '배블탑'의 음란성 시비. 두 소송의 결론은 프레데리카와 주드 메이슨의 승리다. '바벨탑'은 결국 바이어트가 여성의 자유찾기와 법의 이름에 저항하는 성적 표현의 자유라는 두 화두를 독자에게 던진 뛰어난 상상력의 산물이다.

〈徐琮澈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