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대사에서 4, 5세기는 고대 일본의 건국에 관한 자료나 한반도와 관련한 문헌이 거의 없는데다 애매한 점이 많기 때문에 '수수께끼의 세기'로 통한다.
하지만 일본 사학계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철저한 검증없이 자신들의 고대사는 곧 천황의 역사이고 일본 고대국가는 야마토(大和)왕조로부터 발생했다는 야마토 중심사관을 여전히 신봉하고 있다.
이같은 일본의 주장을 일본인이 정면으로 부정한 소설이 국내 번역출간돼 눈길을 끈다. 우다 노부오(宇田伸夫·47)의 장편소설 '백제화원(百濟花苑)'(디자인하우스 펴냄).
수수께끼의 한·일 고대사의 비밀과 일본 천황가의 역사를 파헤친 이 작품이 지난 96년 일본 근대문예사에서 출간되자 일본 사학계와 문단이 시끄러웠다. 비록 소설이지만 '일본은 백제의 꽃밭이었다'는 사실을 입밖에 냈기 때문이다.
전후세대인 저자 우다는 나라(奈良)공대를 졸업하고 소니사에서 근무중인 엔지니어. 역사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일본 최고의 역사서인 '고사기' '일본서기' 등 문헌을 깊이 연구해 많은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는 '일본 고대사의 주역으로 일본 황실을 건설한 사람들은 일본인들이 아니라 바로 백제인들이 아니었을까?'하는 의문을 늘 가져왔다. 이같은 의문이 이 소설의 출발점이다.
소설의 무대는 서기 643년 2월부터 645년 6월까지 2년여간 아스카(飛鳥)지방. 주인공은 훗날 일본 제38대 덴지(天智)천황이 된 나카노 오에(中大兄). 그가 646년 정적인 소가(蘇我)백제 왕조의 이루카천황을 살해하고 개혁작업을 단행한 대화개신(大化改新)의 비밀을 소설형식을 빌려 재현해내고 있다.
대화개신은 일본이 최초의 중앙집권적 고대국가로 태어나는 중요한 역사전 전기였다. 우다는 무식한 황자에 불과했던 가쓰라기(葛城)황자가 나카노 오에 황태자가 된후 결국 권력의 중심에 서서 천황에 등극하게 되는 대화개신의 극적인 과정을 소설로 재구성해낸다.
저자는 4~7세기 동아시아를 주름잡던 백제의 일본진출사와 소가백제왕조, 일본 천황가의 형성과정을 추적해 일본이 숨기고 싶은 부분을 과감히 들춰낸다.
또 근친상간 등 당시 일본 황실의 문란한 남녀관계도 적나라하게 묘사해 또 다른 읽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특히 삼국시대 언어와 일본어의 관계를 유추해내는 부분은 문학적 상상력을 더해 소설의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 일본 황실에서 가장 아름답고 품위있는 언어가 백제어였고 그 다음이 고구려어, 신라어였다는 주장이다. 반면 왜어는 아주 천박하고 저급한 언어로 취급됐다.
결국 오늘날 일본어의 모태는 일본 고대국가를 건설한 백제어라는게 우다의 견해다.
베일에 감춰진 역사의 진실은 무엇일까. '백제화원'은 역사책의 표면에 나타나지 않는 당시의 사회상과 분위기를 실감나게 보여주는 소설이자 한·일 고대사 이야기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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