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흰 가운에 얽힌…

흰 가운을 걸친 사람만 보면 웬지 모르게 구세주라도 만난듯 가까이 하고 싶기도 하고, 또 이와는 달리 의사라는 위엄에 압도돼 멀리하고 싶기도 한 것이 환자들의 대체적인 심리상태라고 한다.

"환자복을 벗고 반듯하게 누워요"

그런데 세상에 이럴 수가! 눈 깜짝할 사이에 면도칼로 은밀한 보배인 음모를 깨끗하게 밀어버렸단다. 그래야만 수술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그런데 알고 보니 그는 의사가 아니었고, 흰 가운을 걸친 구내 이발소의 면도사였다는것.

당연히 수술보조원이 해야할 일이었지만 수술환자가 폭주하다보니 구내 이발소의 응원이 불가피했던 것 같다. 70년대의 실화 한토막이다. 흰 가운만 걸치면 당연하게 의사로만 생각했던 선입견과 일종의 가운공포증이 환자로 하여금 잠시 혼동시켰던 것이다.

흰 가운은 곧 의사를 떠올리게 할만큼 의사들의 필수적인 의상이며, 인술의 상징처럼 돼있기도 하다. 그래서 의사들은 신성한 사명을 수행하는 진료실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흰 가운을 걸치고 진료에 임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들어 미국의 일부 의사계층에서 환자들에게 친근감을 주기 위해 가운 무용론(無用論)을 역설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가운을 걸치고 진료에 임하는 것과 일상복차림으로 환자를 대하는 것 중 어느 편이 환자들의 마음을 흔들어줄 지는 알 수 없지만, 의사와 환자간의 확실한 식별을 위해서라도 의사의 상징인 흰 가운만큼은 꼭 입고 진료에 임하는 것이 정도(正道)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의술은 질병 그 자체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고 병든 사람의 마음까지 어루만져주어야 하기 때문에 의학적 기술이나 지식도 필수적이지만 그 기술을 구사하는 의료인의 정신자세 또한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의학을 일컬어 자연과학인 동시에 철학이라고도 말하지 않았던가.

냉철한 머리에 따뜻한 심장! 모름지기 의사들은 알프레트 마샬의 명언을 흰 가운에 짙게 새기고, 정성을 다해 환자 진료에 임해야 할 것이다.

〈동서병원·동서한방병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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