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을 방문한 김대중 대통령이 박정희 전대통령을 역사속에서 존경받는 지도자로 재평가했다. 이를 두고 저잣거리에서는 『대화합 정치다』 『총선 전략이다』며 설왕설래가 많다.
나아가 박전대통령의 추모사업에 정부의 지원약속까지 밝혀 악연으로 출발했던 두 현.전직 대통령간의 관계는 당분간 아름답게 비쳐질 전망이다.
그러나 이게 진정 해묵은 동서갈등을 푸는건지 빙 둘러 오는 동진(東進)인지 연작(燕雀)은 알 수가 없다. 마치 달마가 서쪽에서 온 까닭을 알 수 없는 것 처럼.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를 두고 한마디씩 건넨 다른 전직 대통령들의 입술들이다.
몇 천억대의 추징금을 버티기로 견뎌내고 있는 전두환 전대통령측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 입술을 확 벌렸고 추징금을 꼬박 꼬박 추징당하고 있는 노태우 전 대통령측도 환영은 한다지만 왠지 농도가 얕은 뉘앙스로 입술을 오므리는 것 같다.
그러나 김영삼 전대통령측만은 과거 독재까지 미화한다며 탐탁잖은 반응으로 입술을 꽉 문다. 요즘 그들의 위상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듯 해 묘한 심정이다. 그래서 그런가. 대통령이 돌아간 후 이 지역민들이 대번 느낄 수 있는 게 방문 보따리가 너무 빈약했다는 것이다.
위천단지 문제나 적자투성이 지하철, 밀라노 프로젝트 등 살림살이와 직결되는 산적된 현안들에는 '충분한 검토'로 일관했다. 잦은 걸음도 아닌데 너무 아쉽다.
그때문에 박전대통령기념관 지원이 의도적이라는 오해를 산다. 중국 속담에 『복숭아와 오얏은 말하지 않아도 그 밑에는 저절로 길이 생긴다(桃李不言 下自成蹊)』는 말이 있다.
모든 일은 저절로 되어야지 지나치게 의도적이면 그르치기 십상임을 일컫는 말이렷다.
〈김채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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