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홍기(아동문학가)

개리(Gary Sapp)는 한국에 온지 석 달된 미국인이다. 그가 그동안 느낀,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충격(culture shock)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흥미를 끌었다.

깊은 밤중에 젊은 여성이 혼자 길거리를 걸어가고 있는 것을 본 그는 까무러칠듯이 놀랐다. 미국에서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어디에서 누가 뛰쳐나와 무슨 범죄를 저지를지 모르기 때문에 밤 아홉시 이후의 거리에선 여성의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 없다.

그는 또 우리나라 사람들이 무척이나 예절바른데 놀랐다. 예를 들어 상대방에게 물건을 주거나 술을 따를 때 두 손을 사용하는 것과 밤에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멈추어선 자동차가 불을 꺼 주는 따위는 그에게 무척 낯이 설었으며 또한 감동적이었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우리나라가 범죄로부터 안전하며, 윤리도덕이 싱싱하게 살아 있다는 증거다.

개리는 식당에서 아이들이 제 세상을 만난듯 떠들며 뛰어다니고 있는데도 그들의 부모가 제지하지 않는 것과,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아무 거리낌없이 침을 뱉는 것을 보고도 충격을 받았다. 특히 식당에서 마음대로 행동하는 아이들을 그대로 두는 부모를 이해하지 못했으며, 나름대로 해결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식사가 끝날 때까지 조용하게 앉아 있으면 원하는 장난감을 사주거나 놀이공원에 데리고 가겠다는 약속을 하면 좋아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방해를 받기 싫어하는 그들의 개인주의적인 발상에서 나온 충고라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것만은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의 아이가 뛰어 다니면 눈살을 찌푸리면서 내 아이가 그렇게 하면 흐뭇한 눈길로 바라보는 것은 분명한 이율배반이 아닌가.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있어 야외로 나갈 기회도 그 만큼 많아지고 있다. 혹시 식당에서 식사를 해야 한다면 그 점을 꼭 명심하자.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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