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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여성작가 폴 콩스탕 소설 '비밀을 위한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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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프랑스문학의 중심에 서 있는 여성작가 폴 콩스탕(54)의 소설 '비밀을 위한 비밀'(문학동네 펴냄)이 국내에 처음 번역, 소개됐다.

98년 프랑스 공쿠르문학상 수상작인 이 소설은 여성·성의 문제를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하는 한편 페미니즘에 대해 신랄한 냉소와 비판을 퍼부어 출간직후부터 프랑스 식자층 사이에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킨 화제작. 그러나 단순히 페미니즘에 대해 반대하는 여성작가의 소설은 아니다. 오히려 현대 사회가 여성들에게 씌운 존재의 때를 벗겨내고, 강요된 거짓 관념과 도덕의 허울을 들추어내 진정한 의미의 페미니즘을 생각케 하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미국의 한 페미니스트 토론회 참석차 모인 네 명의 여자 이야기로 짜여져 있다. 대학교수인 흑인 글로리아 패터, 유태계 프랑스 여성 바베트 코엔, 은막의 스타였으나 지금은 알코올 중독자가 된 노르웨이 출신 여배우 롤라 돌과 아프리카에서 성장한 프랑스 소설가 오로르 아메르가 주인공. 며칠동안 함께 생활하게된 이들은 저마다 가슴속에 안고 있는 상처와 결함으로 가득찬 비밀을 털어놓는다.

성공을 위해 뒤돌아보지 않고 달려온 글로리아, 젊은 여자에게 남편을 빼앗긴후 외모마저 망가졌다고 한탄하는 바베트, 이제 어떤 남자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소연하는 배우 롤라, 고아가 된후 애정에 대한 갈망과 고독감때문에 책과 글쓰기 뒤로 숨어 살아온 소설가 오로르의 모습은 현대 여성이 안고 있는 문제들의 단면을 보여준다. 등장인물들은 현재와 과거가 뒤섞인 자신들의 비밀에 대해 신랄한 독설과 언행이 뒤섞인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타인의 모습에 투영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차츰 애정어린 연대의식을 느끼게 된다는 줄거리다.

작가는 유년기의 상처와 사랑, 성, 사회적 성공, 가족문제 등 현대 여성들이 처해 있는 여러 문제들을 끄집어내 날카롭게 지적한다. 자신이 여성이면서도 같은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결코 호의적이지 않고 오히려 냉소적이고 가혹하기까지 하다. '여자 둘이 있으면, 서로 속내 이야기를 하지만 즐겁지는 않다. 셋이 모이면 활기가 넘친다. 그러나 넷이 한자리에 있으면 한 여자를 공격해 기를 꺾어버린다'고 표현할 정도다. 이쯤 되면 소설을 읽는 여성들은 표정이 일그러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가는 "이 소설이 가혹하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현실을 조금도 감추지 않고 썼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한다.

가차없는 작가의 시선속에는 그럼에도 여성에 대한 근원적인 애정이 숨어 있다. 그것은 여성성에 대한 왜곡된 관념을 강요하는 사회속에서 스스로 여성성에 대해 열등의식을 느끼며 살아야 하는, 여성들만이 느낄 수 있는 깊은 공감과 연대의식에서 비롯된다. "자유나 행복을 누릴지라도 여성이기에 느껴야하는 슬픔은 항상 존재한다"는 작가의 말이 이를 대변해준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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