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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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보고 싶구요. 아빠하고 같이 자전거도 타고 싶어요"자전거 타기를 유난히 좋아하는 정태성(13)군. 학교에서 돌아오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습관적으로 엄마, 아빠를 불러본 뒤 청소와 설겆이를 하며 형 종호(16)를 기다리는 소년가장이다.

종호, 태성이 형제가 180만원의 사글세 단칸방에서 살게 된 것은 지난 97년 말. 중동 건설현장에서 돌아온 아버지 정모(45)씨가 사업을 하면서 가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무리한 시설투자와 IMF 경제난이 겹치면서 적자가 누적돼 결국 부도를 내고 정씨는 도피생활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보증을 선 형제, 처가집 식구들과 틈이 생겨 결국 부인과 이혼하게 되면서 종호, 태성이 형제에게 무거운 삶의 짐이 지워졌다.

현재 경상공고 1학년인 종호는 근로장학생으로 일하면서도 학급에서 1~2등을 다툴 정도로 공부도 잘하고 반장으로서 통솔력도 있는 학생.

"동생을 보살펴 줄 사람은 저 밖에 없습니다. 부모님이 그립지만 태성이 앞에서는 내색을 하지 않습니다" 동생이 엄마, 아빠가 보고 싶다고 말할 때는 따끔하게 꾸짖는 종호. 끼니를 거의 라면으로 때우며 도시락 싸가는 것을 생각도 못하지만 동생 도시락만은 꼭 챙겨주려고 노력하는 자존심 강한 의젓한 형이다.

옛날의 단란했던 생활을 꿈꾸며 혹시 엄마가 찾아 올까봐 예전에 살던 동네를 떠나지 못하고 있는 종호, 태성이 형제. 사글세 기간이 지난 15일로 끝났으나 방세를 낼 돈이 없어 방을 비워주어야 하는 상태. 주인에게 사정해 한달만 연기시켜 놓았지만 대책이 없다.

아버지가 주민등록상 등록이 돼 있어 생활보호대상자로도 선정되지 못하고 있으며 대구역 근처 5평짜리 단칸방에서 생활하는 할머니(67)도 아들의 사업실패 충격으로 중풍에 걸린 할아버지(70) 병수발 때문에 도움을 줄 수 없는 형편이라 더욱 주위를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李庚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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