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문대 박재연교수 영인본 공개

원래 태어난 곳은 명나라때 중국이지만 출판은 조선에서 이뤄졌고 현재 남아있는 데라곤 일본 단 1곳뿐인 순한문 소설.

본고장 중국에서는 사라진 '화영집'(花影集)이라는 명대(明代) 한문소설이 현재 일본 와세다대 특별자료실에 단 1부가 소장돼 있으며 더구나 이 소설이 임진왜란 이전 조선에서 출판된 것임이 국내 학계에 공개됐다.

이런 사실은 선문대 중문학과 박재연(42) 교수가 몇년전 중국 지린(吉林)대학출판사를 통해 입수한 와세다대 소장 '화영집'을 최근 영인본으로 묶어 자신이 소장으로 있는 이 대학 번역문헌연구소를 통해 국내에 소개함으로써 밝혀졌다.

'화영집'은 명나라 초기를 살았던 도보(陶輔·1441∼?)라는 사람이 쓴 소설 20편을 모은 것으로 모두 4권짜리.

이 소설집은 중국에서는 없어졌고 이것이 도입된 조선에서도 연산군때에 이를 찍어 책으로 펴냈다는 기록이 있을 뿐이었으나 지난 95년 지린대의 한 중국교수에 의해 와세다대에서 발견됐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화영집'은 중국이나 일본에서 출판된 것이 아니라 임진왜란 이전 조선에서 나온 것임이 조선 선조때 송도삼절의 1명인 최립(1539∼1612)이 이 소설집에 쓴 발문(跋文)을 통해 밝혀졌다.

즉 최립은 이 글에서 조선 중종때 첨지 윤계(尹溪)가 중국에 갔을 때 구해온 '화영집'을 40년 뒤인 1586년 신천·곤양군수를 역임한 그의 손자 윤경희(尹景禧)가 곤양(昆陽), 지금의 경남 사천지방에서 새로 찍어낸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동안 국내학계에서는'화영집'이라는 소설이 어떤 것이며 일본에 남아있는지, 더구나 이것이 조선에서 출판된 것인지의 여부가 알려지지 않았다.

박교수는 '화영집'이 '전등신화(剪燈新話)'나 '전등여화(剪燈餘話)','교홍기'(嬌紅記)와 같은 명나라 초기의 다른 중국소설을 본떠 남녀간 사랑 얘기를 주로 다룬 전기체(傳奇體) 소설로 조선전기에 중국에서 들어와 사대부들 사이에서 꽤 많이 읽혔고 출판까지 됐다고 말했다.

'화영집'을 조사한 문헌발굴 전문가인 순천향대 중문학과 박현규 교수는 "최립의 발문 등을 볼 때 이것은 도보의 작품임에 틀림없으며 임진왜란 때 일본에 반출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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