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 꽃 향기가 교정 곳곳에 배어 있던 5월, 불현듯 날아든 자네의 국제우편을 들고 다니느라고 나는 지난 한 달을 보냈다네.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교 경영학부 김기중-또렷한 자네의 이름을 확인하고 너무나 반가워서 몇 번이나 읽고 또 읽었지. 그리고 자네 후배들에게 소개도 하면서 자네를 처음 보았을 때를 생각했지.
벌써 10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의 평균 체중을 훨씬 넘어선 자네의 그 우람했던 체구와 둥글둥글했던 얼굴이 지금도 눈에 선하네. 그때의 느낌을 이렇게 표현해서 미안하네만 흔히 말해 공부와는 아주 거리가 먼 학생, 어쩌면 1년 동안 씨름해야 할 학생-바로 그런 모습이었지. 그런데 뜻밖에 자네는 어느 날부터 학교 도서실에서 밤을 세워 공부를 했고, 그 2년여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마침내 어엿한 대학생이 되었을 때 모두들 기뻐하고 축하해 주었었지.
사실 그때 이후부터 나는 자네의 후배들에게 자네의 성공담을 수시로 이야기 했었다네.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공부와 완전히 담을 쌓고 지내던, 차라리 운동 방면에 재능이 있던 여러분의 어떤 선배 녀석이 어느날 갑자기 책상 앞에 앉더니만 당시에 들어가기가 어렵던 모 대학을 갔노라' '지금도 가끔씩 연락이 오는 여러분의 어떤 선배 녀석은 혼자 자취하면서 대학에 다니고, 졸업할 때까지 400여권의 책을 읽었다고 하더라' '지금은 미국으로 유학을 간 그 어떤 선배 녀석이 공부를 하게 된 계기는 30년 동안 피워오던 담배를 끊으면서까지 말없는 교훈을 주시고, 불우 청소년 장학사업에 힘을 쏟으시는 아버지 때문이었다고 하더라' 하는 등의 이야기를 나는 즐겨 했었다네.
그런데 거기에다가 미국 주립대학교를 수석 졸업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더 보태게 되었으니 내 어찌 감동의 눈물을 짓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찌 자네의 글귀 한 구절이 자네의 후배들에게 몇 시간의 수업자료가 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진정 축하해 마지않네. 아울러 교편을 잡은 보람을 다시금 느낀다고 이야기하고 싶네. 달리 보람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10여년 동안 자네 삶의 궤적을 지켜보면서 자네 집안의 품위있고 검소한 가풍과 자네의 삶에 대한 강한 열정에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라네. 자네를 통해서 내가 배운 것이 너무나 많다는 말이라네.
올 여름에 고국에 들리러 온다니까 미국에서 무얼 배웠고 어떻게 생활했는지를 좀 더 이야기해 주길 기대하며 그날을 기다리겠네.
-반갑고 고마운 기중 군의 편지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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