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용(李相龍) 노동부장관과 박인상(朴仁相) 한국노총위원장이 25일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노정 합의사항은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궤도수정을 바탕에 깔고 있다.
지난해 기획예산위원회가 마련, 공공부문 전사업장에 시달한 예산편성지침 보다는 개별 사업장별로 노사가 자율적으로 마련한 단체협약을 우선 존중하겠다는 것이 합의의 근본취지.
' 유효기간이 만료돼 자율교섭에 의한 새로운 단체협약을 체결할 때 공공부문 개혁의 원칙과 취지가 반영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예산편성지침은 사실상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는게 사실이다.
이에따라 △체력단련비 사실상 폐지 △퇴직금 누진제 적용금지 △학자금 융자제로 전환 등을 골자로 하는 공공부문 예산편성지침은 사실상 노사의 자율적인 교섭에 맡겨질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이같은 궤도수정은 ' 파업유도' 파문으로 정권 출범의 공신 중 하나이자 국정운영의 ' 원군' 으로 여겨졌던 노동계가 완전히 등을 돌릴 조짐을 보이자 이를 차단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노정간 합의가 도출될 때까지 한광옥(韓光玉) 노동특위위원장 등 국민회의 인사들이 적극적인 중재에 나섰던 것도 내년 총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정부 여당의 고민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아직 IMF 위기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처럼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퇴색시킬 경우 대외신인도 제고와 효율화를 통한 경제 재도약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노.정 합의내용은 다음과 같다.
◆국정운영 기조전환=△근로자, 서민의 삶의 질 제고와 생산적 복지체계의 구축을 위해 ' 삶의 질 향상기획단' 을 구성, 종합대책을 마련한다 △노동계가 구속.수배 노동자에 대한 구제를 사법당국에 요청할 경우 정부는 노사정 대화합 차원에서이를 적극 검토한다.
◆조폐공사 파업유도 의혹=△국정조사 등 적법절차에 의거,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엄정하게 법적 조치를 취한다 △노사문제는 공안대책과 분리, 관계부처 차관회의에서 협의한다.
◆공공.금융부문 구조조정=△노사간에 체결된 단체협약은 이행하되 유효기간이 만료돼 자율교섭에 의한 새로운 단체협약 체결시 공공부문 개혁의 원칙과 취지가 반영되도록 노력한다 △금융.공공부문 구조조정의 원칙과 방향, 고용안정 등 사후보완대책에 관해서는 노사정위에서 성실히 협의해 추진한다.
◆노사관계 제도개선=△6월중 노사관계 제도개선위원회를 설치,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방안과 법정근로시간 단축 등 근로시간과 관련된 제반제도의 개선방안을 논의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연말까지 관련법률을 개정하거나 제정한다.
◆사회안전망 확충 및 사회보험 개혁=△국민연금 확대실시 및 의료보험 통합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에 대해 노사정위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보완 및 개선대책을 마련한다 △기업 구조조정시 고용유지를 지원하기 위해 차등적 고용보험요율제 등 제도개선방안을 논의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관련법안을 마련한다 △국민의 기초생활보장을 위해 (가칭)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제정, 또는 개정방안을 논의한다 △실직어선원의 피해보상 및 실업대책을 위해 특별법 제정을 추진한다.
◆노사관계 민주적 개선=△노동계가 법위반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관련내용을 조사해 신속히 의법조치한다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제21조의 보고사항에 대해 근로자위원이 요청할 경우 사용자가 노사협의회 개최 1주일 전까지 제공토록 하되 회사의 기밀이 유지될 수 있는 보완방안을 마련한다
◆노사정위 합의사항 관련=△전직실업자의 단위노조 가입자격을 인정하기 위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조속히 마련, 국회에 제출한다 △노조의 정치자금 기부를 허용하기 위한 정치자금법 개정이 조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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