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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억류 6일만에 석방 돌아온 민영미씨-양측의 득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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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객 민영미(閔泳美.35.경기도 성남시)씨 억류사건은 남북한 모두에게 득보다는 실을 안겨준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측은 이 사건으로 금강산 개방으로 인한 내부 강경파들의 반대여론에 쐐기를 박고 주민 동요를 막는 등 체제단속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북측이 민씨 사건을 체제단속에 이용했다는 흔적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민씨를억류한 후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대북모략요원'으로 민씨를 몰아세웠다.

이는 북한 주민 및 관광안내원들에 대해 금강산관광객을 상대로한 언행을 자제할 것을 경고하는 동시에 주민들이 남측 관광객을 부유계층으로 인식해 북한 정권에대한 상대적인 비관을 갖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북측은 순수 관광 목적으로 입국한 민간인을 볼모로 잡았다는데 있어 국제적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가뜩이나 북한은 정치범 수용소에서 자행되고 있는 비인간적인 학대 등 인권문제로 국제적 비난을 받아온 터라 이번 사건도 이같은 연장선상에서 인식될 것으로 보인다.

남한측 입장에서 민씨 사건은 그동안 속도 조절없이 추진돼온 햇볕정책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북한에 대해 대화와 협력 분위기를 유도하기 위해 '선공후득(先供後得)'을 내세우며 비료지원 등 인도적 차원의 물량을 북에 쏟아부었다.

그러나 북방한계선 침범을 비롯한 민씨 억류사건 등 북측의 태도는 이러한 남측의 성의를 정면 거부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정부는 햇볕정책의 속도 조절을 요구하는 여론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또한 금강산 관광 시행 이후 끊임없이 제기된 신변안전보장 문제에 대한 확실한 안전판도 마련돼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특히 금강산 관광이 민간차원에서 진행됐지만 민씨 석방과정은 당국자간 핫라인을 통해 이뤄졌기 때문에 차제에 신변안전보장각서를 정부 차원에서 공식 문서화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다행스런 점은 사건 이후 남북간에 촉발된 극도의 불신과 긴장상황이 석방 협상과정을 통해 어느정도 해소된 것으로 보여 남북 양측에게 대화의 중요성을다시한번 일깨워준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또한 민영미씨가 풀려남에 따라 결과적으로는 정부가 추진해온 햇볕정책의 수위조절이 위력을 발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서해사태라는 위기상황에도 불구하고 억류 6일만에 신속하게 민씨 석방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는 앞으로도 우리 정부의 햇볕정책 기조가 유지되지만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수위를 조절하며 북한의 막무가내식 일방통행을 억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 당국자가 "민씨 석방은 북한이 억류로 얻을 게 별로 없다고 판단하고 오히려 남측이 금강산관광 중단이라는 강수로 대응하자 햇볕정책에 반응하는 차원에서 성사된 것으로 해석된다"고 한 발언은 의미가 있다.

민씨의 억류로 인해 정부가 햇볕정책의 '새 생명'으로 태어난 금강산 관광사업자체를 중단해 버리겠다는 초강경수를 둠으로써 북한으로 하여금 석방이라는 어쩔수 없는 선택을 하게 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정부가 24일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에서 "민씨가 석방되지 않으면, 또 석방되더라도 추가 신변안전 조치가 보장되지 않을 경우 관광선은 떠날 수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같은 방침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25일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우리는 상호주의를 고수할 것이지만 실천에는 전술적 융통성이 있다"는 점과 맥이 닿아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김대통령의 발언은 대북 포용정책의 기조는 유지하되 세부 사항은 유연하게 적용한다는 방침으로 해석돼 궁극적으로 향후 대북 경협사업 등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비록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관광사업에서 1명의 관광객이 억류되는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그룹 방북단이 무사히 북한을 다녀온 데서 볼 수 있듯이 남북 경협사업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대화와 억지'의 공존, '정경분리(政經分離)'가 밑바탕이 되는 햇볕정책의 근본원칙에서도 커다란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한편 정부는 이번 민씨 억류 사건에 능동적으로 대처함으로 햇볕정책의 유효성을 확인한 동시에 햇볕정책이 나약하지만은 않다는 점을 과시함으로써 햇볕정책을 둘러싼 시비가 줄어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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