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포연극 공연 뒷 이야기

"뭐하는 거야. 관객들에게 이래도 되는거야" 87년 대구 동아문화센터 '카덴자' 공연도중 사고가 발생했다. 한 남자 관객이 무대로 뛰어올라 망나니역을 맡은 배우의 멱살을 잡은 것. 옥신각신 하다 주먹다짐까지 벌어졌다.

이미 예상한 일. 그러나 이 관객의 '무지막지'한 반응은 뜻밖이었다. 객석에 앉아 있던 여자연기자를 무대로 끌어올려 고문을 하는 장면에서였다. 여자관객이 연기자라는 사실을 설명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라며 이 남자 관객은 좀체 수긍하려 들지 않았다.

잔혹극 '카덴자'는 수양대군이 단종과 사육신 등 반대파를 제거하고 왕권을 찬탈하는 과정을 그린 역사극. 수양대군이 반대파를 인두로 지지고, 때리고 고문하는 것이 흥행 포인트였다.

문제는 여자연기자를 관객으로 분장시켜 '깜짝 쇼'를 벌인 것. 갑자기 옆에 앉아서 연극을 관람하던 여자를 무대로 끌고 가더니 옷을 찢고 인두로 지지고, 여자는 괴로워 고함을 치자 의협심이 강한 남자 관객이 '실제상황'으로 오인, 무대로 뛰어올라 간 것이다.

또 하나의 에피소드는 서울의 극단 세실이 공연한 '카덴자'. 망나니가 여자연기자의 옷을 찢을 때 순간적으로 브래지어가 벗겨지면서 가슴이 통째 드러났다. 조명을 받아 백옥같이 흰 가슴. 망나니도 숨이 턱 멎었다. 뜻하지 않은 실수.

그러나 "가슴을 보여준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이튿날부터 관객이 밀려들었다. 관객의 기대(?)를 저버릴수 없었던 연출진은 브래지어에 칼집을 넣어 여배우의 가슴이 보여지도록 급선회. 브래지어 값이 추가로 들었으나 밀려드는 관객으로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고.

87년 극단 처용의 '불가살이기'(연출 이상원)도 인두와 전기고문을 극중에 삽입했다. 살을 지지는 것을 돼지 비계로 대신 하는 바람에 공연장에 때아닌 삽겹살 구이 냄새가 진동하기도 했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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