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내각제개헌을 유보한 김종필(金鍾泌)총리의 처신이 특이해 보인다.내각제 문제의 후속처리를 당으로 떠넘긴 김총리는 19일 자민련의 의원총회 결과를 보고받고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예상했던 일'이라는 듯 침묵을 지켰고 이날 오전에는 평소와는 달리 2시간여 동안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대신 김총리는 20일 오전으로 예정됐던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의 주례보고도 하지않았다. 김총리는 이같은 사실을 전날 오후 총리실 관계자를 통해 "양당간 내각제 논의가 시작되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오해나 추측을 막기 위해 주례보고를 중단키로 했다"고 발표토록 했다.
김총리의 이같은 주례보고 중단은 내각제와 관련한 모든 논의를 국민회의와 자민련간의 8인 협의회라는 창구로 단일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이미 김대통령과 합의한 것으로 드러난 내각제 연내 개헌유보 방침을 당의 결정에 맡기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밀실 야합'이라는 여론의 비난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주례보고를 중단함으로써 자민련의 연내 내각제개헌 요구도 자연스럽게 회피하겠다는 이중적인 포석이고 이날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보인 김총리의 처신도 내각제 연기 책임을 피하기 위한 처신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는 이날 간부회의에 이어 20일 세종로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도 참석, 국정현안을 꼼꼼히 챙기는 모습을 연출했다.
내각제 문제가 매듭될 때까지 김총리의 이같은 내각제 문제 비껴가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총리는 내각제 연내개헌 유보의 대가로 '자리'를 확고하게 보장받으면서 사실상 행정을 총괄하는 '실세 행정총리'로서 강화된 위상을 재확인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徐明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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